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 - 49

크로커스는 암술이 꽃 밖으로 올라와(오른쪽 원안의 꽃) 먼저 딴꽃가루받이를 하고 나서야 꽃이 열리고 수술이 나타나 다른 꽃에 꽃가루를 준다.

 

국가는 근친결혼을 왜 법으로 막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열성유전자가 합쳐져 자손에게 몹쓸 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왕가(王家)의 병’이라 하는 혈우병은 근친결혼에서 오는 대표적인 병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왕가는 이 병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고 스페인, 러시아, 프러시아의 왕가가 영국의 왕가와 대대로 혼인을 함으로써 영국의 왕자와 공주들과 같은 혈우병을 앓았다.
식물도 같은 그루, 또는 같은 꽃에서 서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근친혼의 결과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열성유전자가 나와서 쉽게 병에 걸리거나 자연재해로 잘 죽게 된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식물은 아예 암나무와 수나무를 따로 만들거나, 한 그루에서 암수 꽃이 따로 피거나, 한 꽃에서 암술과 수술이 시차(時差)를 두고 영근다.

후손의 퇴화를 막기 위해 암수 딴 나무로 태어나는 대표적인 식물이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철저한 타가수정에 의해 2억9천여만전 고생대 이첩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옥수수는 줄기 끝에서 수꽃이 피고 진후에야 옥수수에 수염 같은 암꽃이 핀다. 암꽃이 제때에 수정이 되지 않으면 꽃가루를 애타게 기다며 수염(암술)이 점점 길어진다. 수정이 늦어지는 만큼 양분은 수염으로 뺏겨 알맹이는 빈약하다. 해바라기, 이질풀, 도라지도 옥수수처럼 수술이 먼저 익어 없어져 버려야 암술이 익어서 열린다.

이와 반대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크로커스는 암술이 꽃 밖으로 나와 먼저 딴꽃가루받이를 하면 꽃이 열리고 수꽃이 나타나 다른 꽃에 꽃가루를 준다. 자연에서 어미가 좋은 자식들을 얻으려고 피우는 바람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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