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  나다/유자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품어가 반길 이 없을 세 글로 설워 하나이다.」
조선 중기 문인 박인로의 시조 ‘조홍시가(早紅枾歌)’다. 부모님께 홍시를 봉양하려해도 부모님이 안 계심을 한탄하는 구절이다. 이처럼 감은 효(孝)와 깊은 인연이 있어 일명 ‘효시’(孝柿)라고 부른다. 

설화에는 노모가 늦봄에 홍시가 먹고 싶다고 하자, 효자가 홍시를 찾아 헤매는데 이에 감동받은 호랑이가 효자를 등에 태워 홍시를 구해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감이 열리는 가지를 꺾어보면 검은 신이 있다. 이는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속이 검게 탈 정도로 고생한다는 의미로, 그래서 제사상에 감이 필수로 올라간다. 중국에서도 감은 효를 상징하는 오목(烏木)이라고 했다.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봉양하는 새끼 까마귀의 효성’을 이르는 반포지효(反哺之孝)란 성어가 생겨났다. 

홍시는 부드러워 노인들이 먹기에 가장 좋은 식품(孝)으로, 감나무는 문(文) 무(武) 충(忠) 효(孝) 절(節)의 오상(五常)의 기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집 앞마당엔 빨간 감이 가을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옛날 같으면 이맘때 감을 수확해 곶감을 만들고 홍시를 앉히는 작업이 한창일 텐데, 노인들만 사는 시골집엔 감을 딸 사람조차 없으니 그냥 ‘까치밥’으로 남을 것 같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는 노랫말이 생각나는 이 가을, 연로하신 부모님이 고향에 계시다면 1주일에 전화 한통이라도 주는 것이 더 갚진 효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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