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공감 녹색기술 시리즈 1 : 잠사·양봉편

국민공감 녹색기술 시리즈 1 : 잠사·양봉편
■  누에와 꿀벌에 관한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야기① … ‘누에분말’의 비밀

입는 산업에서 이제는 첨단 의학분야에 주목받으면서 누에는 귀하신 몸이 됐다.

 

누에가루, 당분해 효소 활동방해
공복감 못 느껴 음식조절도 가능

 

류 강 선  박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 연구관

 

농촌여성신문은 새 봄을 맞아 ‘국민공감 녹색기술’ 시리즈를 새로 시작합니다.
농업분야의 다양한 녹색기술은 이 시대 녹색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동시에 국민건강과 인류복지에 기여하는 미래가치 창출의 원동력입니다. 이번 호부터는 ‘국민공감 녹색기술’그 첫 번째 시리즈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기술원 잠사양봉소재과와 함께 ‘누에와 꿀벌에 관한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인류가 누에와 꿀벌을 키워 비단을 만들고 벌꿀을 생산해 온 역사는 수 천 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누에와 양봉은 비단과 꿀 뿐만 아니라 첨단 의약품과 신소재, 각종 기능성 물질을 추출하고 활용하는 첨단 녹색기술의 총아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농촌여성신문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농업분야 녹색기술이 얼마나 국민 실생활에 밀접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글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기술원 잠사양봉소재과 전문가들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누에만큼 고마운 곤충이 또 있을까요?
이미 5천 년 전부터 누에는 비단을 자아내 인류의 입을거리와 덮을거리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또 고치를 다 자아내고 남은 번데기는 우리 인류가 고단백질의 식량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 누에는 의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으로 인류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 과학자들은 누에로부터 비단 뿐만 아니라 누에분말, 동충하초, 실크화장품 등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비단만 생산하던 누에에서 이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또 다른 자원을 공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구에 따라 누에는 더 많은 혜택을 우리 인류에게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누에를 이용한 잠사업은 이제 사양산업이라고 보고 있지만 누에의 새로운 효능에 눈 뜬 과학자들은 누에야말로 하늘이 인류에게 준 ‘선물’로 여기고 있습니다.

당뇨를 개선해 주는 누에가루
그럼 이번 호엔 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누에가루에 대해 알아봅시다.
누에의 몸 속에 무엇이 들어있길래 당뇨에 효과가 있을까요? 그동안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누에 몸속엔 DNJ(Deoxynojirimycin)라고 하는 당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물질은 원래 뽕나무에서 발견된 물질인데 누에가 이것을 다량으로 섭취하니까 누에 몸속에 고농도로 축적되는 것입니다. 누에는 꿀벌이 꿀을 모아주듯이 누에는 많은 뽕잎을 먹고 우리에게 혈당강하에 주요물질인 DNJ를 모아주고 있다는 것이죠.
DNJ를 함유한 누에분말은 당분해 효소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당연히 혈당강하제로서 그 효과를 발휘합니다. 누에분말을 섭취하면 누에분말은 소장에서 당분해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여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당 성분이 천천히 분해되는 작용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혈액속에도 당이 천천히 들어가게 되어 식사 후 갑자기 혈당이 높아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당연히 소변으로 당이 쉽게 빠지는 것(당뇨)도 막아주지요.
당뇨병 치료에 없어선 안되는 물질이 ‘인슐린’입니다. 인슐린은 혈액에 직접 작용해 당을 조절해 주는 반면 누에분말은 작은창자(소장)에서 당을 조절해 줍니다.

산업화된 누에분말제품.

 

세계 선도할 원천 녹색기술
하지만 누에를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식약청으로부터 ‘식품’으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절차가 사실 매우 까다롭습니다. 우리 국민이 즐겨먹는 ‘보신탕’도 식약청 입장에서 보면 ‘식품’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계신지?
때문에 일반식품으로 인정받기 전에 개발된 누에분말 혈당강하제는 약 3년 동안 무허가식품으로 유통될 수밖에 없었지요. 1998년 7월에서야 드디어 누에분말은 일반식품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사실 단순히 혈당을 낮춰주는 혈당강하제는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누에분말의 특징은 이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공복감을 크게 못 느껴 음식조절이 가능하다는 데 있지요. 또한 공복 시 허기짐과 처짐 현상이 줄어들고, 저혈당 현상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누에분말을 애용하는 당뇨환자들은 이를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에분말도 이젠 ‘일반식품’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지위를 높여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농촌진흥청은 누에가루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수출시장까지 넓혀 나갈 여지가 넓어집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원천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세계 모든 인류의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 이로움을 주는 누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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