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 - 8

 

봄이 일찍 오면 농사철이 길어져 여유가 생긴다고 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세워놓은 영농계획보다 앞당겨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낸다면 그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 성큼 다가 온 봄 풍경에 부지런한 농부는 농사철을 놓친 듯 당황한다. 그럴 때는 반드시 영농계획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은 뚜렷한 사계절과 더불어 그에 따른 영농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서두르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하니 명심할 일이다.
이른 봄에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1주일 이상 지속되면 식물은 이에 반응하여 봄을 앞당긴다. 그러다가 평년의 기온으로 회복되면 그 때는 꽃샘잎샘추위가 되고 만다.
온도가 바뀌는 주기가 짧으면 그 위험은 크지 않으나 만약 그 주기가 보름 가까이 된다면 피해가 커진다. 어린 작물일 때는 냉해나 서리피해를 받아도 죽지 않고 다시 자라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자란 것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쳐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꽃이 필 때와 같이 중요한 발육단계일 때는 그 피해가 치명적이다.

과수의 경우에는 높은 온도가 지속됨에 따라 꽃피는 시기가 앞당겨졌는데 막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그맘때 평년 날씨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서리피해나 냉해를 입기 쉽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온난화 이후에 더욱 잦아졌다.
보리의 경우에는 평년보다 온도가 높아 이삭이 일찍 패면, 익을 때는 평년 기온으로 돌아와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익게 된다. 그러면 낟알이 굵고 무거워져 소출이 높다. 반대로 기온이 낮아 보리이삭이 늦게 패면 익을 때는 온도가 높아 소출이 떨어진다.
지난 겨울의 날씨의 주기적 변화를 보면 그 주기가 여느 해보다 긴 편이었다. 만약 올봄의 날씨도 이렇게 주기가 길면 어떻게 하나 하고 염려한다. 서리가 상습적으로 내리는 곳에 과수원이 있다면 커다란 선풍기를 달아서 돌리거나, 왕겨나 검불을 태워 연기를 피워서 막는 방법이 있다. 어떤 경우이든 사전에 준비를 하고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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