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국감으로 농정당국 실정 밝히고
농가피해 최소화 방안 찾아야...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언젠가는 큰 문제가 터져
국가적 손실을 낳는다.
 
국감 무용론이 나오지 않게
농업인의 입장에서
산적한 농업문제를 파헤쳐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 되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농이 104만 명으로 46.6%를 차지한다. 40세 미만 청년농은 20만 명으로 9%에 불과하다. 청년을 농촌으로 유입할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농가소득은 도시가구의 65%까지 추락했다. 농업·농촌문제는 점차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정치권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농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다. 농업을 경제논리, 상업적 논리로 접근하는 정책이 여전히 문제다. 곡물자급률은 21%로 세계 최하위 수준인데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농경지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거나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 패널이 깔렸다. 

농정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려면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농업인과 농업인단체가 지난 추석에 ‘청탁금지법상 농수축산물 선물가액 상향’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농업·농촌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농정 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한다.

미래농업이 나가야 할 방향은 스마트농업이다. 농업경쟁력 강화와 청년농업인 유입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농축산물 비대면 유통기반 구축도 절실하다. 또한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도 중요하다. 가축·과수 전염병 발생으로 해마다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퇴양난이다. 실효적이고 선제적으로 농업·농촌 발전 중장기계획을 짜서 추진해 나가야 할 때다.

농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고향세법(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논의가 이뤄진 지 10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이 법의 취지는 도시민들이 고향이나 본인이 원하는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연 500만 원 한도로 기부금을 내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다. 단발성 기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애향심을 갖고 이어져야 고향세는 정착할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농업의 역할과 가치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농업예산 비율이 정부 전체예산 대비해 하락했다. 전체예산은 올해보다 8.3% 늘어난 60조4000억 원이지만 이 중 농업예산은 2.4% 늘어난 16조6767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예산 증가율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예산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정책의지의 표현이다. 농업예산의 획기적인 확충은 산적한 농업문제를 풀어가는 젖줄이다. 농업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지가 국감을 통해 그 당위성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농업인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농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과 그에 맞는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 현재 농가가 마주한 문제는 인력부족으로 농산물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유입되지 않아 농업인들은 인력난에 지쳤다. 인력이 농사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에 농가들은 농지면적을 줄이거나 출하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실정이다.

국감을 통해 농정당국의 실정을 밝히고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분야는 없는지 탁상 감사도 필요하겠지만 농촌현장 방문을 통해 농업인의 쓴소리를 경청하는 기회도 가져야 한다.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어야 산적한 현안을 풀어갈 수 있다. 국정감사란 입법부가 행정부를 정기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언젠가는 큰 문제가 터져 국가적 손실을 낳을 수 있다. 국감 무용론(無用論)이 나오지 않게 농업인 입장에서 산적한 농업문제를 파헤쳐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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