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 48

<자작나무 수꽃 한 가닥에 꽃가루 알갱이는 무려 4백만 개나 담겨있다.>

 

꽃은 아름다우면서 향기와 꿀을 지니고 있다. 사람을 위해서일까? 아니다. 벌과 나비를 모시기 위한 작전이다. 그래서 꽃의 꽃가루는 장가를 잘 들도록 하고, 암술은 좋은 신랑을 맞도록 하려한다.
어떤 꽃은 예쁘지도 않고 향기와 꿀도 없어서 피었는지 안 피었는지 모르는 꽃도 있다.  바람이 신랑을 데려다주는 소나무나 은행나무, 참나무가 그런 식물이다. 이런 풍매화는 무심한 바람한테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꽃들은 가볍기만 하면 된다. 전자현미경으로나 자세히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송화는 꽃가루 자체도 극히 작다. 게다가 꽃밥 양쪽에 공기주머니가 붙어 있어서 멀리까지 날릴 수 있고 물에도 뜬다. 소나무가 꽃이 피는 계절에는 길이며 물웅덩이에 온통 노란 송홧가루가 덮여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곤충이 중신아비인 꽃가루는 표면이 고무공처럼 매끈한 것은 하나도 없다. 사과나 딸기의 꽃가루 표면에는 갈고리가 달려 일차로 곤충의 몸에 쉽게 달라붙고 이차로 암술에 잘 붙는다. 꽃가루의 의지가 뚜렷하다. 남자를 양(+)으로, 여자를 음(-)으로 보는 인간과 같이, 꽃가루는 양전하(+)를 띄고 있고 암술머리는 음전하(-)를 띄어 전기적인 힘에 의해서도 잘 붙게 되어 있다.

바람이 중매를 하는 풍매화의 꽃가루 수는 엄청나다. 자작나무의 국수가닥 같은 수꽃 한 가닥에 꽃가루 알갱이는 무려 4백만 개나 담겨있다. 자작나무 한 나무에 수천 가닥이나 피니 꽃가루 수는 가히 천문학적 이다.
꽃가루는 상승기류를 타고 5천m나 높이 올라가서 5천 km 멀리까지 날아가 대륙 저쪽의 다른 자작나무의 암꽃에 내려앉기도 한다. 자작나무가 잡종이 많은 이유다. 참나무가 꽃피는 4월 하순경, 소나무가 꽃피는 5월 초순경 숲은 온통 안개처럼 노란색의 가루로 가득차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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