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15주년 특집 : 디지털·코로나시대, 농식품 온라인 판매가 대세(농식품 온라인 판매 힘들어요…) - 충남 서천 달달하우스 구은영씨

▲ 충남 서천 구은영씨는 도라지조청과 과일청을 가공하는 ‘달달하우스’를 통해 군민과 도시민들에게 직접 개발한 농가공식품을 전하고 있다.

농사일에 가사노동까지…여성 부담 가중
농촌현실에 맞는 지원책 절실

도라지조청 엄마들에게 인기
충남 서천은 네이버밴드에 과일과 생활용품을 한 곳에 모아놓고 판매하는 점방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의 소비도 자연히 온라인으로 바뀌게 됐다.

“네이버밴드에 ‘달달하우스’ 채널을 개설해 군민들을 대상으로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구은영씨는 2016년 사업자 등록을 냈다. 어머니가 재배한 도라지와 대추를 혼합한 조청을 개발했다. 23만1000㎡(7만 평) 농지에서 논농사를 함께 짓는 남편은 조청 제조에 필요한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줬다.

“쓴맛이 없이 아이에게 먹이기 편해서 서천엄마들의 도라지조청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어요. 김영란법 이전에는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구매하셨어요.”

도라지조청만 판매하는 이유
도라지조청 외에도 제철 과일로 과일청을 담그는데, 네이버스토어가 아닌 밴드에만 업로드한다. 농번기만 되면 시간이 부족해 고객들의 문의 댓글에 성심성의껏 답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해 벼농사의 성패를 결정짓는 영농철에는 농사에 집중하느라 가공식품은 손을 놓게 돼요. 11~4월 농한기에만 온라인 판매를 집중하고 있어요.”

더구나 초등학교 저학년 세 명의 딸을 양육하면서 과일청까지 사업화하기에는 하루가 모자라다는 구 씨다.
“과일청을 가공하려면 4~5시간은 족히 걸려요. 일하다 말고 가족들 식사도 차려야 하는데, 잠깐 덮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농촌에 벌레가 많아서 단내 맡고 꼬이면 큰일이에요.”

가공식품 활성화 장애물 많아
“네이버스토어에 가공식품을 업로드하며 새로 유입되는 고객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농번기에는 온라인 판매에 신경 쓸 수 없어 농장 사정을 아는 주민들이 있는 네이버밴드에서 더 활동하게 돼요.”
구 씨가 운영하는 달달하우스 밴드에는 청귤청, 자두청, 라즈베리청, 모과청, 딸기잼, 밀크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게시글로 올라와 있다.

“품목을 늘리면 그만큼 게시글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해서 어려움이 있어요. 육아와 집안일을 전담하느라 과일청은 식품허가를 정식으로 받지 못했어요.”
또한 품목이 늘면 재고가 쌓일 가능성이 있어, 고객에게 날짜가 임박한 가공식품을 전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식품이다보니까 위생관리와 서류작성하는 일도 버거워요. 식품을 제조하는 일지를 작성해야 되는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1년에 군청에서 1~2번 식품관리에 대한 점검을 나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단속이 있는데, 가짓수가 많아지면 더더욱 신경 써야 하는데 농업인은 바쁜 시기가 있잖아요.”

혼자 하다 보니 가공식품 당 발생하는 9가지 식품 성분을 알아보는 식품검사비도 부담이 된다고 했다. 구 씨는 가공식품으로 얻는 수익이 생활비 마련에 보탬은 되지만, 사업을 키우면 그만큼 부담감도 커지는 구조가 농촌여성에게 따라온다고 전했다.

농촌 현실에 맞는 가공식품지원 필요
어려움 많은 환경이지만, 구은영씨는 달달하우스를 지속 운영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가공시설지원사업을 받았어요. 지원금 안에서 해결하려고 빚지지 않기 위해 가공시설을 중고로 구입했죠.”

가공기계를 활용하지만 도라지조청을 만들려면 2박3일 정성을 들여야 완성된다고 했다.
“식품이라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가공기계를 매일 해체해서 씻는 게 아니라면 기계가 많을수록 위생 문제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식품을 생산하면서 가공기계를 많이 사용하는 게 무조건 옳다는 생각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농업인에게 가공기계 관리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농촌여성이 농가공식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농촌 현실에 맞는 생활밀접형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