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잡스 – 전북 남원 토닥도시락 이철승씨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행복한 농촌살이를 해나가고 있는 투잡 농촌여성들. 본업인 농업과 함께 나만의 개성을 발휘한 부업으로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투잡’ 농촌여성을 만나 다양한 부업의 세계를 소개한다.

▲ 전북 남원 산내면에서 산채를 재배하면서 도시락으로 판매하는 이철승씨는 농업 보조사에서 도시락사업으로 주도적인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채식도시락·다회용기 사용해 선한 영향력 전파
일과 생활 분리 없는 농촌 "이제는 변화돼야"

귀농해 도시락사업으로 도약
전북 남원 산내면 마을책방카페 ‘토닥’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요리해 도시락으로 선보이는 이철승씨(전 산내면생활개선회장)는 명함이 두 개다.
20여 년 전 귀농귀촌과 지역사회 풀뿌리 문화의 중심으로 알려진 실상사 도법스님의 귀농학교를 졸업한 남편과 함께 여성농업인으로서 1만6529㎡(5000평) 농지에 고사리, 뽕잎, 곤드레, 수세미 등 산채나물을 유기재배 한다.
카페 토닥은 귀농학교를 통해 농업인으로 성장한 귀농인이 모여 사는 산내면에 위치해있다. 산내면은 2200명 인구 중에 귀농인이 500명으로 배움과 열정으로 활기 넘치는 마을이다. 
“귀농해 살다보니까 60대를 맞이하면서 계속 농사지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이철승씨는 성당의 ‘우리농촌살리기본부’에 고사리를 납품했다고 한다. 성당을 통해 농장체험을 온 체험객들에게 고사리비빔밥을 제공하면서 맛있다는 호평에 용기를 얻고, 본격적으로 도시락사업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 카페토닥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채식도시락으로 다양성 확대
토닥도시락은 8000원이다. 카페는 유명 편의점을 마주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도시락을 판매하겠다는 생각도 시장조사를 마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카페 토닥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살펴봤는데, 귀농·귀촌인들은 음식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연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좋은 옷은 안 입더라도 좋은 음식에는 지갑을 열었어요.”
간편식과 비할 수 없다는 것이 이철승씨의 자신감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도시락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메뉴 차별화도 꾀했다.
“화요일마다 채식메뉴만 구성해요. 일주일 중에 하루는 지구를 위하는 날로 정했어요. 일부러 화요일에만 방문하는 고객도 있죠. 가을부터는 카페 내에 도시락 진열도 해볼 계획이에요.”
도시락은 다회용기에 담긴다. 다회용기를 생활화하는 분위기는 산내면에 자리 잡은지 오래됐다고 이 씨는 말했다.
“50개의 다회용기를 구비해놓고 도시락을 고객에게 드리면 고객이 다시 씻어서 가져다줘요. 따로 반찬통을 가져와서 음식을 받아가는 고객도 있어요. 일반식당과는 차별화된 고객들이 많아요.”
산채를 이용한 레시피를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면서 이 씨는 농사지을 때와 다른 즐거움을 얻었다고 한다.
“농사 지으면 남편이 결정권자였어요. 도시락사업을 펼치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고, 도시락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주도로 이뤄지니 더욱 책임감이 생겼죠.”
이철승씨는 일주일 단위로 회원을 모집해 운영을 체계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농촌여성들 과중한 노동 감소되길
“도시락을 하면서 고객들은 저를 ‘밥하는 아줌마’로 대하지 않고, 건강한 식사를 만들어줘서 늘 감사하다고 말하며 존중해요. 내 일을 존중 받으면서 하니까 나만의 일을 가진 여성이라는 자부심이 높아졌어요.”
이철승씨는 농촌여성들이 농사일을 끝내고 또 다른 노동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일과 생활의 분리가 농촌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어 도움이 되는 사업을 전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을회관에서 공동급식을 하는데, 사실 할머니들이 매번 식사를 차리기 버거운 연세에요. 반찬만 판매하거나, 어르신이 손쉽게 도시락을 가져가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농촌여성의 노동을 줄이는 데 도움 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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