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선미순 서울시연합회장

▲ 전통장 명인인 시어머니 뒤를 잇고 있는 선미순 회장은 올해 신임회장이 되면서 고부간 회장이란 흔치 않은 타이틀을 얻게 됐다.

3대 서울시연합회장 지낸 시어머니 이어 회장 맡아
도심에서 배우는 전통장 교육으로 농업·농촌의 전통 계승

흔치 않은 인연이 있다. 바로 서울에서. 전통장 명인으로 한국생활개선서울특별시연합회 제3대 회장을 지낸 조숙자 前회장과 올해 신임회장이 된 선미순 회장은 고부사이다. 강남구 세곡동 은곡마을에서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의 전통음식 장류교육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숙자 명인을 도와 선미순 회장은 서울한복판에서 전통의 명맥을 이으면서 생활개선회 발전을 위해서도 분주하게 뛰게 됐다.

도심에서 배우는 전통장
시어머니인 조숙자 명인은 선미순 회장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한명이다. 서울시가 공인한 전통장 담그기 명인인 조숙자 명인은 전통의 된장, 고추장, 간장, 막장 등의 담그는 법 전수를 오랫동안 해오고 있으며 팔순이 넘는 연세에도 여전히 전통의 명맥을 알리고 있는 현역이기도 하다.

“현재 시어머님과 한집에 살고 있는데 지하에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가 지정한 전통장 교육장도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도 전통발효 문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초등학생이나 자녀를 둔 가족이 참여하는 전통장 나눔체험을 해요.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3대가 함께 하는데 4월 된장과 간장 가르기부터 10월에 함께 만든 장을 복지시설과 나누게 돼요. 아이들이 어디에서도 접하기 힘든 전통음식을 가족과 만들고 그걸 이웃과 나누니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조숙자 명인과 한팀을 이뤄 전통장을 알리고 그리고 전승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는 선 회장은 고향인 전남 함평에서 재배한 콩으로 장을 담글 수 있어 가치가 더 있다고 말한다.

“함평에 살 때는 주변이 다 논이고 밭이었어요. 거기에 자란 것, 산에서 난 것들을 먹고 크다보니 자연에서 난 것들, 직접 길러먹는 게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근데 서울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았는데 시집을 오면서 전통장 명인인 시어머님 덕분에 고향에서 먹고 자랐던 것처럼 살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에요. 특히 우리 발효음식은 몸이 바로 반응할 정도로 건강 그 자체잖아요. 인스턴트에 적응한 시민들도 전통장 교육을 받고 전통발효음식의 가치를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결혼 직후 가입한 생활개선회
선미순 회장이 생활개선회에 가입하게 된 건 95년 결혼 직후다. 시어머님의 영향이 컸다. 함평에서 자라며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레 길러낸 음식을 먹고 자란 선 회장은 시어머니의 손맛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꼈다. 자연스레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전통장 만들기를 계승하고 있다. 갖가지 장들이 담긴 장독대 100여개와 가마솥 3개, 그리고 발효실도 따로 갖추면서 서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을 가진 집에서 관심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는 정다운 고부간이다.

“시어머니는 콩과 물, 공기, 항아리와 사람 정성이 한데 어우러져야만 좋은 장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하세요.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항아리가 좋지 않다든지 시기를 놓치거나 관심을 조금만 덜 기울여도 장맛은 금방 달라진다며 혼신의 힘을 쏟으시죠. 그걸 오랫동안 봐온 저로선 너무나 존경스럽죠. 그런 시어머님 뒤를 이어 전통장은 물론이고 생활개선회 활동도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발생한 서울에서 활동 자체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해는 비대면으로 건식 쌀가루 활용 떡케잌 만들기 실습교육, 식혜와 조청, 쌀강정 등 전통간식 이해교육을 진행했었다. 올해는 신임회장으로서 여건이 되는대로 교육을 활성화할 생각이다. 그래서 봄나물 주먹밥, 돈나물 열무물김치 만들기 등 생활요리 교육을 시작했다.

함평 출신으로서 지역의 농촌생활개선회와 도농상생 결연 등도 고려하고 있다는 선 회장은 움츠러든 지난해를 뛰어넘어 비상하는 서울시연합회를 만들겠단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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