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채 희 걸
본지 발행인

 

1960년대 전후 의사들은 의료진단기가 제대로 없어 청진기 또는 X선 촬영으로 환자의 병을 진단했다. 이러다보니 의사들은 청진기 진찰로 병 증상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이럴 때 의사들은 환자를 되돌려 보낼 수 없어 우유를 정제(精製)한 ‘락타’라는 영양제를 약이라고 해 지어 주었다. 환자들은 이를 의사가 준 최상의 명약인줄 알고 먹고 병이 낫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의학용어로 ‘플레시보 효과’라고 한다.
‘플레시보 효과’는 아마도 사람이 감성의 동물이기 때문에 의사가 준 약을 명약으로 간주하고 쾌유를 바라는 기대의 최면을 가지면서 낫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우리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월간 수출 감소 32.8%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져있다. 이 같은 비상사태에 따라 정부는 4대강 정비, 저탄소 녹색성장 등 대형 국책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전 지구촌의 경기침체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경제를 회생시켜 서민경제를 살릴 만족할만한 일자리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우리 경제의 병고(病苦)를 고칠 명약을 어디서 찾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대형 국책사업을 제시한 이후 다른 경제회복의 묘책이 없어 요즘 우리 국민에게 연일 플레시보형의 처방을 내리고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27일 SBS-TV로 방영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의 씨앗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1월31일과 2월1일 1박2일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개최한 장·차관과의 합숙 연찬교육에서도 역시 ‘희망의 씨앗’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2월2일 한나라당 중진 23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도 ‘희망의 씨앗’ 얘기를 재론하면서 2010년이면 한국이 세계에서 아주 빠르게 4.2%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의 얘기가 있고 난 뒤에 IMF에서도 ‘한국경제가 2010년이면 4.2%대의 성장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해 이 대통령의 얘기를 뒷받침했다. 아무튼 이 대통령의 ‘희망의 씨’앗 얘기가 플레시보 처방으로 효과를 거두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한편, 한글전용운동을 펴 광복 후 한글학회이사장을 역임했던 외솔 최현배 박사의 아들 중 청량리 뇌병원장을 지냈던 최신해 박사는 재미있는 글을 많이 쓴 명망 있는 수필가였다. 최신해 박사가 쓴 수필 중 기억에 남는 감명 깊은 작품이 생각난다.


최 박사는 그가 돌봤던 환자들의 의료 일지 중 재미있는 의료 사례를 수필로 소개했다.
70세가 넘은 여자 노인 환자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는 병으로 최 박사를 찾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이 환자는 내과, 순환기내과 신경과 등 곳곳의 유명한 병원을 찾아 다녔으나 병을 고치지 못해 최신해 박사의 진찰을 받게 됐다.
최 박사는 이 환자의 병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소위 말하는 문진(問診)으로 진찰을 했다. 문진 결과 최 박사는 이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 미국 LA에 있는 막내아들이 감기에 걸려 회사에 나가지 못하고 결근하는 딱한 모습을 보고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 박사는 환자의 보호자인 큰아들을 따로 불러 미국 LA의 막내아들이 감기가 완쾌돼 출근을 잘하는지 확인하고, 비행기표를 사드려 미국에 가서 막내아들의 손을 잡아주고 오면 병이 완쾌될 것이라고 처방을 내렸다. 결국 이 환자는 미국에 가서 건강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병을 말끔히 고쳤다는 얘기다.
이 같은 최박사의 처방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전문가와 광범위한 협의를 거쳐 21세기 최악의 경기침체 그 어두운 터널을 잘 헤쳐나가도록 명의의 능력을 펼쳐주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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