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스 – 충남 태안 정경자 문화관광해설사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행복한 농촌살이를 해나가고 있는 투잡 농촌여성들. 본업인 농업과 함께 나만의 개성을 발휘한 부업으로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투잡’ 농촌여성을 만나 다양한 부업의 세계를 소개한다.

▲ 본업이 농업인인 ‘황토7베리’ 정경자 대표는 문화관광해설사로 ‘성안마을 수군문화제’를 총괄하며 도시민과 소통해 지역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에 산재한 역사 자원에 관심가져야
문화제서 마을주민 참여로 일자리창출

충남 태안으로 귀농한 ‘황토7베리’ 정경자 대표(생활개선태안군연합회 회원)는 별다른 기대 없이 정착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역사·문화·생태적 자원이 산재한 안흥진성을 알게 되면서 농촌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 태안의 역사를 혼자만 아는 것이 아닌 주민들과 관광객에게도 알리고 싶은 신념으로 비영리단체 ‘태안에듀컬쳐’를 설립하고 문화관광해설사로 거듭났다.

국가사적 560호 안흥진성, 문화재청과 함께 알리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평범한 농업인이었던 저에게 새로운 일이 생겼죠. 우연히 문화재청 생생문화제사업 모집공고를 보고 10년의 태안 사랑을 담아 ‘제1회 성안마을 수군문화제’를 주제로 사업계획서를 보냈고, 문화제 활용 공모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정경자 대표는 조선시대 때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요충지였던 안흥진성과, 수군의 중요한 방어영이었던 소근진성에 대한 역사를 문화관광해설사로 알리고 있다. 
“수군은 지금의 해군이라고 보면 돼요. 안흥 앞바다는 무역을 위한 중국 사신선이 빈번하게 지나다니던 길목이었고 조선시대의 수도인 한양이나 강화도로 가던 중요한 바닷길이었어요.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울돌목을 이용했던 것처럼 안흥 앞바다도 물살이 아주 센 위험한 험로였어요. 배들이 안흥 앞바다를 지나다가 많이 좌초됐죠. 바다에 수장된 유물이 추후에 발견되면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주변에 지어졌어요.” 
안흥진성과 소근진성은 수군방어영으로 보존이 잘 돼있어 충청남도 기념물에서 국가사적 560호로 지정 받았다.

‘성안마을 수군문화제’ 기획부터 총괄까지 책임
정 대표는 지역 문화재에 살을 붙여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제를 기획했다. 생생문화제사업에 선정돼 축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문화재청 주무부서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 5월 성대히 막을 올린 수군문화제를 시작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태안해양유물 발굴체험(7월) ▲국방과학기술과 체험(8월) ▲조선수군 뿌리 찾기 문화제(9월) ▲안흥진성과 조운선 강의와 체험(10월) ▲어느 승병이 들려주는 안흥진성 태국사 이야기(11월)가 연이어 진행된다. 5월 진행됐던 수군문화제는 60명의 관광객이 참여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지키기 위해 2팀으로 나눠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과 안흥진성으로 동선을 분리했다. 관광객 전원에게는 QR코드를 새긴 디지털밴드를 제공했는데, 팔에 착용하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태안에듀컬처로 바로가기가 가능하다. 이 또한 정 대표의 아이디어다.
“프로그램을 원활히 진행하고자 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준비했어요. 특히 수군복 체험실에서 입게 될 의상은 당시 수군 복장과 흡사하도록 전국을 수소문하고 대여했어요. 문지기 개념의 졸병 의상을 구비한 체험프로그램이 기존에 많았다면 수군문화제에서는 정말 사극 속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높은 퀄리티로 재연했습니다.” 
또 수군문화제에서는 수군으로 변신한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관광객들을 맞이했다고.
“첫번째 축제니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죠. 주민들을 섭외하느라 태안군 부녀회 문을 두드렸어요. 주민 여러분이 흔쾌히 동참해주시면서 축제를 즐겨주셨어요. 사업비로 임금을 드리면서 마을주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흥진성 내 태극사 스님과도 협업해 스님과 함께하는 다례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풍성한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 성안마을 수군문화제에서 마을주민이 수군이 돼 안흥진성의 문화제를 관광객에게 소개했다. 이날 관광객도 수군으로 분장 가능한 조선수군복체험장을 운영했다.

주민 누구나 문화관광해설사 도전 가능
문화관광해설사를 부업으로 하면서 소중한 인연도 알게 됐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 만난 자매 같은 ‘탱자’ 언니들이 있어요. 탱자 모임은 노후를 탱자탱자 즐겁게 보내자는 의미로 지었죠. 10년을 함께 돈독한 우애를 다지면서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관광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는 마을에 내려오는 모든 이야기가 역사와 문화관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태안에 10년을 살았을 뿐인데도 지역 문화재를 사랑하고 알리는데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평생을 지역에 사신 분들은 지역에 대해 더 많은 애정과 자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용기를 갖고 주변에 산재한 무수히 많은 문화자원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정경자 대표는 오는 7월부터 이어지는 ‘제1회 성안마을 수군문화제’에 농촌여성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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