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 - 46

   

눈을 녹이고 꽃을 피우는 앉은부채. 주변 기온보다 20℃까지도 높다.

 

이른 봄 쌓인 눈 속을 뚫고 피는 꽃이 있다. 복수초와 얼레지, 모데미풀과 앉은부채 등이 그것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꽃들은 매우 아름답고 신기하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앉은부채는 낮은 산에서는 잎이 먼저 올라오고 꽃은 잎의 그늘에서 피지만, 높은 산에서는 눈을 녹이고 꽃이 먼저 올라온다. 자주색의 원통형 꽃은 바깥 기온보다도 15~20℃나 높아 15cm 눈도 녹이고 올라온다.

얼어 죽기는커녕 어떻게 꽃까지 피울 수 있을까? 꽃은 열을 내서 눈을 녹인다. 열을 내는 성분은 지방이나 녹말로 전 해에 뿌리에 저장해 놓는다. 지방을 저장하는 식물은 열대지방 밀림에서 자라는 필로덴드론이다. 열대지방이라 해도 꽃이 피는 밤은 차기 때문에 꽃 봉우리에 저장한다. 녹말을 저장하는 식물은 앉은부채 등 대부분의 식물이 이에 속한다. 앉은부채는 봄과 여름내 새로 뻗는 뿌리줄기(根莖, 고사리처럼 뻗어나가면서 새 식물을 만드는 뿌리)에 녹말 알갱이를 쟁여 놓는다. 겨울이 지나고 햇볕이 따스해지면 눈 밑 땅 속의 뿌리가 재빨리 봄을 알아채고 곧바로 녹말을 당으로 분해해서 꽃대로 보낸다. 당은 호흡으로 몸속에 들어온 산소와 만나 마치 기름에 불이 닿은 것처럼 열을 낸다.

이렇게 앉은부채가 산소로 당을 태워서 열을 내는 속도는 벌새가 날개를 치면서 꿀을 빨아먹을 때 에너지를 내는 속도만큼 빠르다. 꽃대에는 두꺼운 스펀지 조직이 있어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일찍 피는 꽃은 왜 열을 내는가? 온도가 높아야 꽃이 피고 중매쟁이 곤충도 따뜻한 곳을 찾아온다. 이른 봄 높은 산 양지쪽에 핀 복수초를 보면 어디서 왔는지 벌이나 뭇 곤충들이 많이 덤빈다. 꽃에 따라서는 향기뿐만 아니라 생선 썩는 냄새나 인분 냄새도 풍기는데 열은 이 냄새를 더욱 잘 퍼지게 해서 더 많은 곤충을 부른다. 꽃 속에서 곤충들은 꽃을 수정시키면서 자신들의 사랑파티를 질펀히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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