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시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선 농촌여성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농산물도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이를 극복할 핵심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으며 전통적인 생산에서 탈피해 생산 ․ 가공 ․ 유통까지 과학기술을 적용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장마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농산물 가격이 올랐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적정량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농업의 디지털화는 필수적이다. 스마트팜 등 디지털 농업을 도입해 안전하고 안정된 농산물 생산과 유통으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을 만나봤다.

 

③ 강원 춘천‘초록달코미네’ 김경희 대표

초록이와 달코미를 2단 베드에서 함께 재배해 공간활용 극대화

▲ 초록달코미네 농장 최경희 대표는 친환경농산물 마이스터다.

스마트팜은 복잡하지 않다. 초록달코미네 농장에선 자체 제작한 똑똑한 스마트팜 설비로 싱싱한 채소를 당일 수확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선 순수 ‘분무 수경재배’로 흙 없이 오직 물로만 20여 가지의 친환경 채소를 키우고 있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입체 재배를 하는 이곳에선 1단에는 잎채소, 쌈채소를 기르고 2단에는 뿌리채소와 감자, 딸기들을 키우고 있다.

친환경채소 마이스터이기도 한 김경희 대표는 “같은 품목으로 2단 베드를 생산하는 곳은 있어도 각각의 품목으로 생산하는 곳은 우리 농장밖에 없다”고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초록달코미네 농장의 모든 스마트팜 설비와 배양액 그리고 자동분무방식 등은 김 대표 남편인 신용철씨와 함께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덕분에 일반 스마트팜 설비의 10분의 1 비용으로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했다.

스마트팜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2002년 도전을 시작했다. 통합제어기, 양액공급기, 여과기, 보온커튼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농업현장에서 꼭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했고 농장 한 곳 어디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두철미하게 계산해 완벽하게 자신만의 스마트팜을 만들었다.

▲ 뿌리에 분무액을 시간별로 분무하는 분무수경재배다. 남은 배양액이 회수통에 모여 다시 순환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25년차 농부가 개발한 나만의 스마트팜
시골의 특성상 기계가 고장나면 수리기사가 곧바로 올 수 없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스마트팜 전문가가 됐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부부다. 이 곳의 운영방식은 더함도 모자람도 없다. 특히 배양액 순환 시스템은 25년차 현장의 농부만이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통 채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남은 배양액은 버려진다. 하지만 초록달코미네 농장의 남은 배양액은 딸기가 1차 흡수하고, 2차로 채소를 거쳐 남은 배양액이 회수통에 모이도록 시스템화해 어느 정도 수위가 차면 계속 순환 공급되고 있다.

김경희 대표는 2019년 친환경 채소로 농업분야 최고의 장인인 농업마이스터에 선정됐다. 그래서인지 일반 재배방식에서 수확된 채소보다 이곳에서 생산된 채소들은 맛이 더 부드럽고 아삭하다. 비트, 상추, 당근, 버터헤드레터스까지 친환경의 다양한 채소를 만나볼 수 있다. 초록달코미네 농장의 면적은 3000㎡ 정도로 일반적인 전업농가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친환경 농사를 하우스 안으로 끌어들인 획기적인 시도로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고 있다.

“친환경을 하다보면 1년에 한 번씩 늘 위기가 오죠(웃음).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온으로 병충해가 발생할 때 농약 한 방울이면 해결될텐데... 하는 유혹이 있지만 꿋꿋이 친환경을 고집한다”는 김 대표다.

하우스내에서의 친환경 농사는 장점이 많다. 산성비나 외부환경에서 좀 더 안정적이고 친환경이라서 손해볼 수 밖게 없는 손실액도 8작기까지 생산량을 늘리는 선진농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30여 종의 채소를 기르다 지금은 샐러드 채소에 집중하기 위해 20여 가지로 품목을 축소하고 뿌리채소로는 당근과 비트, 과채류는 토마토·딸기 재배에 주력하고 있다.

저비용·저투입 농장
남편은 농사에 충실하느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본인이 마이스터에 선정된 것이라며 남편에게 공을 돌리는 김경희 대표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초반에 친환경으로 새싹 인삼을 재배하며 생산은 물론이고 판로도 확보되지 않아서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어 선택한 콩 농사 또한 시원치 않아서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연동하우스 재배에 집중하게 됐는데, 그게 부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그때 스마트팜 농사도 시작했고, 친환경 농사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그 성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우리 농장의 장점은 저비용·저투입이죠. 외부 노동력 투입없이 저희 부부 둘이서만 농사를 짓고 있어요.”
사실 생산비의 40%를 차지하는 인건비는 이들 부부에겐 사치였다. 그래서 최대한 부부가 아이디어를 짜내 가능한 한 최소한의 노동력을 들여 생산을 하고 있다.

부부가 요즘 꽂힌 것은 다름아닌 ‘당근’. 노동력이 가장 적게 들고 그러면서 소득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작목이 어떤 것이 있을까 오랜연구 끝에 선정한 품종이 당근이다. 당근은 수경으로 1년 내내 재배되니 스마트팜으로 키워내기엔 안성맞춤이고, 일반 마트에선 구경할 수 없는 잎이 달린 당근은 수분이 많고 단단하지 않아 요리가 쉬워 인기가 많다.

“시중의 당근은 당근잎을 모두 잘라 저장했다가 파는 것이라 싱싱한 초록잎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 농장의 당근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당근잎을 처음 본다며 어떻게 먹냐고 물어봐요” 김 대표는 질문의 답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요리를 블로그에 올린다. 당근잎을 활용한 페스토, 당근잎차, 부침개, 무침 등등 당근은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김 대표가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판매하는 초록달코미의 농산물은 인기가 많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늦둥이를 키우며 농장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을 알리기 시작한 이후로 구매자들이 늘어났고, 한 번 구매한 사람들은 신뢰가 쌓여 충성고객이 되고 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여성농업인이 남편의 보조자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죠.”
남편은 본인이 잘하는 생산에 전념하고 아내는 능숙한 판매와 홍보에 전념하다 보니 농장 운영이 탄탄 대로다.

▲ 실습생들이 초록달코미네 농장을 찾아 스마트팜 설비운영과 구축방법을 배우고 있다.

청년농 육성에 힘쓰다
춘천농민회에서 활동하다 인연이 닿아 결혼한 부부는 청년농업인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유행처럼 번지는 스마트팜에 겁 없이 도전했다 실패한 사례를 많이 봐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현재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학생들을 맡아 교육하고 있다.
“경험없는 이론만으로 스마트팜은 절대 불가능하다. 최소한 3년의 농사경험이 전제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김경희 대표는 농사는 절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 초록달코미네 농장에 신뢰를 가진 소비자들은 매주 정기배송을 신청한다.

농사에서 중요한 것이 병해충 관리인데, 사실 1년 정도의 농사경험으론 병해충의 예찰과 방제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날씨라는 변수도 커서 한 3년 정도는 기다림의 미덕으로 농사를 지어봐야 재배기술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되고 비로소 그때 스마트팜에 도전하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이런 김경희 대표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현재 교육생들은 실습기간을 연장해가며 다양한 작목교육과 친환경농법을 전수받고 있다.

실습생들이 독립해서 스마트팜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원한다면 스스로 재배에서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농장 옆 부지를 청년들에게 직접 빌려주는 방식으로 초기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김경희 대표는 한 번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더디 가더라도 차곡차곡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여성농업인 그리고 청년농업인이 함께 간다면 농업의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  나도 한마디- 교육생 김명준씨

스마트팜으로 성공하고 싶어요

처음엔 스마트팜 구축하는 데 돈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어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 곳에서 교육을 받으며 나만의 스마트팜을 만들 꿈에 부풀게 됐어요. 재배지식이나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시설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곳에선 하나의 작목 뿐만이 아니라 옥수수 딸기 콩 등 20여가지의 작목을 다 배울 수 있고, 대표님만이 할 수 있는 25년 농사경력으로 얻게 된 노하우를 특유의 농사철학을 가지고 가르쳐 주셔서 교육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조만간 제 이름을 걸고 탄생할 스마트팜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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