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 - 5

 

겨울철 날씨의 특성을 말하라고 하면 삼한사온을 제일 먼저 꼽는다. 겨울철에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고기압, 동쪽에는 저기압이 놓인다. 기압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움직인다. 고기압이 강하게 다가오는 사흘 동안은 춥고, 그 고기압이 중국 남쪽으로 내려와 따뜻하게 변하여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흘은 다소 포근한 날씨를 보인다고 하여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일컫는다. 삼한사온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일부 지역에 적용되어 왔다. 겨울 추위가 아무리 혹독하다고 해도 사흘을 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어 추위를 이기는 데 큰 힘을 보탠다.


하루 중의 최고기온이 영하 0도 이하인 날을 얼음날(ice day) 또는 진동일(眞冬日)이라고 부른다. 한 순간도 얼음이 녹지 않을 만큼 진짜 추운 겨울날이라는 뜻이다. 1년 중 얼음날이 가장 많은 달은 1월이다. 그래서 1월은 가장 추운달이다.
중부지방의 올해 1월 최고기온 분포를 보면, 2일부터 8일까지 7일 동안은 영상의 온도를 보였고, 9일부터 15일까지 7일 동안은 얼음날이었으며, 다음 16일부터 22일까지 7일 간은 다시 영상의 온도로 돌아왔다. 그 이후는 이른바 ‘널뛰기 날씨’로 23, 24, 26일만 얼음날이고 나머지는 포근하였다. 이렇게 ‘칠온칠한(七溫七寒)’으로 소한과 대한절기를 보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기 전에도 겨울날씨가 과연 삼한사온에 들어맞는가 하고 따져본 적이 있지만, 꼭 들어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삼한사온을 기대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삼한사온은 날씨의 주기적 변화를 대표한다. 온대지방에서는 추위, 더위, 가뭄, 비오는 날, 흐린 날 등 한 가지 날씨가 오랜 동안 계속되면 ‘기상이변’이라고 부른다. 기상이변은 기상재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 날씨의 주기적 변화는 온대지방 사람들의 날씨에 대한 지루함을 풀어준다. ‘그만 좀 춥지.’ 하면 포근해지고 ‘비 좀 왔으면.’ 하면 비가 내리는 날씨가 온대지방 사람들이 누리는 복이다. 그런데 그 복을 지구온난화가 내치고 있지 않는가. 아무튼 삼한사온이 그리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