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농촌여성들, 농사도 힘든데 농기계는…

▲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기계 교육은 아직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시간때우기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사진은 기사 안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농업도 기계화시대…가볍고 조작 쉬워야
농기계 사용 설문지도 남성한테만 받는 경우도
1박2일 교육과정 중 개인당 실습시간은 고작 10분

덩치 크다고 겁먹을 필요없어
쌀과 감자 등을 농사짓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양평군연합회 박성미 회장은 남편이 공무원이라 농사를 주도적으로 맡아야 했기에 20년 전부터 농기계를 써 왔다. 박 회장은 “낮엔 남편이 도와줄 수 없는 형편이라 트랙터를 직접 몰기 시작했다”면서 “트랙터는 덩치가 크니까 겁을 먹고 여자가 어떻게 운전하냐는 걱정을 하지만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니었다”고 자신있어 했다.

3년 전에 양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개선회원을 대상으로 농기계 조작과 사고예방을 위한 교육을 했었을 땐 박 회장은 서툰 이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또한 양평지역은 수도권의 귀농귀촌 인구가 많아지면서 텃밭수준에서 흔히 쓰는 관리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박 회장처럼 큰 농기계를 배우고 싶어하는 회원들도 있어 농업기술센터에서 보통 소형농기계 교육만 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트랙터 조작법도 교육했었다. 박 회장은 “크다고 겁먹을 필요없는 게 농기계”라면서 “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누구도 농기계를 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양평군은 올해 농가의 농기계 구매 부담을 덜어주고, 농촌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력예취기, 소형농기계 등 총 934대를 농가에 공급하기로 했다. 보행관리기 등 소형농기계 공급을 희망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여성농업인을 우선 선정하고, 동력예취기 540대, 보행관리기 171대, 소형트랙터·전동전지가위·승용관리기·전동분무기 223대 등 총 934대 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는 농민들이 농기계를 영농기에 적극 활용해 5월까지 공급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남성위주 농기계교육
예취기를 평소에 많이 쓴다는 한국생활개선춘천시연합회 변옥철 회장은 “워낙 무게가 있어 허이와 어깨가 너무 아파 오래 쓸 수 없다”면서 “시동을 거는 것도 어려워 자주 애를 먹는다”고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관리기도 마찬가지다. 역시 무게가 나가고 힘이 딸리다 보니 쓰기에도 겁이 나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국산농기계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예취기만 해도 일제에서 나온 건 무게도 가볍고 시동도 잘 걸려 구입했다는 변 회장은 국산농기계는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그리고 변 회장은 “농업도 기계화시대라고 하는데 여전히 남성들한테만 맞는 농기계뿐”이라면서 “여성들이 들기에 우선 무거우니까 쓰는 걸 꺼려한다”고 말했다. 농기계 사용에 대한 설문지도 남성농업인한테만 받고 있어 여성농업인이 어떤 걸 원하고 어떤 걸 힘들어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변 회장의 설명이다.

농기계심의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변 회장이 이 문제를 지적했더니 담당자는 농기계안전교육에서 농기계에 대한 설문을 받아 문제될 게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 교육을 받으러 오는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라 여성농업인의 의견은 듣지 못한 걸 간과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여성농업인을 위한 1박 2일 교육과정이 있었지만 막상 실습시간은 개인당 10분 남짓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조작법을 익히겠냐며 시간때우기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변옥철 회장은 “최소한 개인당 1시간은 직접 만져보고 익힐 수 있어야 농기계를 쓸 수 있다”면서 “교육을 하려면 겉치레 말고 제대로 하는 게 혹시라도 있을 사고도 막고 농기계를 쓸 수 있는 여성농업인도 늘 수 있다”고 말했다.

▲ 각 지역별로 차별화된 농기계 교육이 마련돼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안전을 우선순위로 둬야
농기계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 이상으로 안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관리기는 내리막이나 경사진 곳에서 전복사고, 큰 농기계는 주변에 낭떠러지 등 지형을 잘 살펴 위험요소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생활개선함양군연합회 김분옥 前회장은 관리기와 경운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김 前회장은 “시골땅이 돌도 많고 골짜기에 있는 밭은 경사도 져 있는데 관리기를 쓰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기술센터나 농기계임대사업소는 거리가 멀어 농번기면 안전교육을 받기 힘들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고사리 4000평을 농사짓는 김 前회장은 수확철이면 굴삭기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굴삭기를 임대하기엔 임대사업소도 멀고 잘 다룰 줄 몰라 하루 55만 원이나 되는 비용을 쓴다고 한다.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농기계 교육을 받고 임대사업소도 근처면 그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임대사업소 신설과 함께 찾아가는 안전교육도 중요하다. 함양군은 영농철을 맞아 바쁜 농업인들을 위해 면별로 농기계 수리와 안전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걸 방지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인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전면에서도 문제 없다는 게 함양군의 설명이다.

차별화된 프로그램 필요
면단위에 1개의 영농조합법인이 있는 게 보통이다. 농기계 사용이 익숙치 않은 여성농업인이나 고령농업인들을 위해 영농조합법인의 젊은 농업인들이 영농대행을 해주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한국생활개선상주시연합회 한승자 회원은 “워낙 찾는 사람이 많으니까 사정사정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먹을 것이나 이것저것 사례를 해야 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서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밭농사를 지을 때 로타리작업 때 많이 쓰는 관리기와 풀들을 베어내기 위한 예취기를 많이 쓴다. 거기에 농약을 칠 때 분무기도 직접 메고 할 정도로 열혈농사꾼이기도 하다. 하지만 쓰고 있는 농기계의 아쉬움은 있다고. 즉, 여전히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회원은 “사고는 순식간에 나기 마련인데 항상 조심조심한다고 하지만 혼자 농기계를 만지다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난다”면서 특히 안전교육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같은 점을 반영해 상주시는 지난해 교통안전교육 공연예술단이 ‘'단디하이소! 클~납니더~’라는 주제의 예술공연을 펼쳤다. 농기계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토크와 노래교실, 마당극 등의 재미 위주의 교육으로 농업인의 참여와 관심도를 높였단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도 상주시는 농기계 안전교육에 공연콘텐츠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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