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염인순 시흥시연합회장

시흥의 세월은 다른 곳보다 빨리 흘러갔다. 수도권 공업지대로 1980년 5만3000여 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40년만에 딱 열배로 불어난 53여만 명으로 늘어났다. 급격한 인구증가로 그만큼 농경지는 급속하게 감소됐고, 농업규모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22개 농업인단체가 조직돼 있을 만큼 시흥의 농업은 생산 이외에도 쾌적한 경관 조성과 치유의 중심에 있으며, 생활개선회도 든든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동네사람 생활개선회장·전직 소장님 덕분에 여기까지
홈패션·전통발효분과 신설…회원 모두 전문가 역량 갖추길

▲ 생활개선회에 가입하며 새로운 재능에 눈을 뜨게 된 염인순 회장은 다른 회원들도 교육을 통해 전문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다
시흥시연합회 염인순 신임회장은 올해 농업인단체협의회의 총무를 제의받아 활동을 시작할 정도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하지만 시흥살이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고향이 아닌 곳에서 정착한다는 건 인생의 크나큰 도전. 염 회장 역시 오랫동안 터전을 일궈왔던 서울을 떠나 남편의 고향인 시흥으로 내려온 이후 생활개선회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지금 살고 있는 시흥의 하중동은 주변일대는 당시 오로지 논밭이었고, 그래서 여성농업인단체인 생활개선회 활동이 활발했다. 당시 생활개선회장도 같은 동네사람이라 자연스레 가입하게 됐다.

“시아버님 요양차 시흥으로 내려왔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며 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사람이었는데 내려올 당시엔 정 붙일 곳도 없어 외롭던 차에 생활개선회에 가입했죠. 가입하고 처음으로 농업기술센터에 갔더니 돈 주고도 못 배울 교육들이 너무 많아 놀랐어요.”

염 회장 말처럼 생활개선회원으로서 받은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얼마전까지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지낸 김미화 前소장이 가입 당시 생활개선회 담당이었는데 좋은 강사를 섭외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대단했다고.

“당시 김미화 담당자님이 ‘전통적인 걸 배워야 한다’라고 하시면서 천연염색, 색실누비, 가양주의 내로라하는 선생님들을 다 섭외해 주셨어요. 지금은 유수의 대학이나 기관의 교수님으로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하는 정성에 감동해서 다 오셨더라구요.”

그런 정성 덕분일까. 염 회장은 특히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고루 가진 전통공예의 정수인 색실누비에 흥미를 느꼈다. 지금은 왠만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지닌 염 회장은 생활개선회와 농업기술센터가 아니었으면 전혀 몰랐을 새로운 재능을 발현하게 됐다.

모든 회원이 전문가됐으면
염 회장은 생활개선회장을 맡기 전, 농업기술센터에서 2001년부터 육성하고 있는 자생식물연구회장도 맡았었다. 농업기술센터 인근엔 연꽃테마파크와 관곡지가 위치해 있어 온갖 자생식물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자생식물연구회는 정화활동부터 자생화식물원의 관리, 자생식물 식재체험과 재배법 교육을 맡아오고 있다. 자생화식물원은 300여개 자생식물이 있어 누구에게나 이론과 실습의 눈높이 교육이 가능한데 자생식물연구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자생식물도 분재처럼 아담하게 키울 수 있어요. 식물 하나면 요즘처럼 마음이 우울할 때 나만의 힐링과 치유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관심있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상황이 좋아져 여러 사람들에게 자생식물의 가치와 효능을 알려주고 싶어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염 회장은 자생식물연구회의 활성화 이외에도 생활개선회 분과조직 활성화에도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기존엔 규방·환경·가양주·빵사모 등 4개 분과가 있었는데 여기에 홈패션과 전통발효분과를 신설했다. 최소 한 회원이 1개 분과 이상에 가입하도록 할 생각이다. 지난해 마스크 구하기가 모두 힘들었던 시기 생활개선회는 농업기술센터의 재봉틀을 이용해 수천장의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기부했다. 염 회장은 그때 노하우를 살려 홈패션으로 재능기부도 하면서 새로운 취미가 가능하다고 보고 홈패션 분과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전통발효분과는 농업기술센터 옥상의 장독대를 우선 활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염 회장.

“전통발효분과는 생활개선회 활동을 여러 이유로 그만뒀으면 하는 선배 회원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그분들의 수십년 전통장 노하우가 여전히 쓰일 곳이 많다는 사실에 다시 힘을 얻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선배 회원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모든 회원이 가진 재능과 관심사가 다 다른데 그래서 1개 이상 분과에 가입하고 실력을 쌓아서 언젠가 내로라하는 강사가 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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