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대응 한국농업희망탐색시리즈 ⑤ - 우리 쌀농사 FTA에 이길 수 있나?

국립식량과학원-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FTA대응 한국농업희망탐색시리즈 ⑤ -  우리 쌀농사 FTA에 이길 수 있나?

 

소비자·농민, 일본품종 선호 인식 바꿔야
초다수성·고품질·기능성 벼품종 속속 개발
어린이 성장, 비만·당뇨 예방 쌀 개발

 

 


FTA 앞의 세 가지 숙제
FTA를 앞에 놓고 있는 우리의 쌀농사는 세 가지 숙제가 있다. 첫째는 우리보다 값싼 쌀을 점점 많이 들여와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는 24만3천 톤의 쌀이 수입되었고, 4년 후에는 40만9천 톤을 들여와야 한다.
둘째는 쌀 생산비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점이다. 우리는 생산비가 10아르 당 60만 원인데 비해 미국은 1/4인 16만2천 원, 중국은 우리의 l/7인 8만9천 원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보다 높은 나라도 있다. 일본은 106만원으로 2.7배나 높다.
셋째 우리 국민의 쌀 소비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2000년 일년간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한 쌀은 93.6kg이었는데, 8년 후인 지난해에는 75.8kg으로 17.8kg이나 줄었다. 한 해에 2kg이상 줄어들은 셈이다. 수입량은 많아지는데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FTA에 대응해 쌀농사를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방안의 핵심은 쌀 생산비를 줄이면서 품질이 좋은 쌀을 생산해 국민의 입맛을 잡아놓는 한편, 새로운 가공법을 개발해서 소비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50ha 이상의 들녘에 벼 집단 재배단지를 만들어 한 가지 품종을 심고 공동으로 작업을 함으로써 생산비를 줄이면서 고품질 쌀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가공과 판매가 쉬운 이점도 있다.
정부는 앞으로 2012년까지 쌀을 가공하는 식품산업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키우는 정책을 편다. 그렇게 되면 현재 쌀 가공용으로 쓰이는 12만 톤을 2배인 24만 톤까지 늘리고 매출액도 현재의 1조원 규모에서 2조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한다.

 

초다수성·최고품질·기능성쌀…
우리나라 쌀은 어떤 수준까지 발전했나? 이 점에 대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장 김연규 박사는 “결코 일본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국립식량과학원은 FTA에 대응해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놓았다. 753kg/10a나 올리는 초다수성인 ‘한아름벼’와 ‘안다벼(727kg)’, ‘아름벼(741kg’), ‘큰섬(719kg)’ 등 700kg이상을 내는 품종을 개발해 놓았다. 이와 같은 다수확 품종 재배는 상품의 원료비를 줄여 수입쌀과의 경쟁력을 가능한 한 좁혀보자는 의도이다. 총체사료용 벼 품종으로 2006년에 육성한 ‘녹양벼’는 총체수량이 16.5톤/10a에 달한다.
이와 함께 2007년까지 ‘운광’, ‘고품’, ‘삼광’, ‘호품’, ‘칠보’ 등 쌀이 투명하고 밥맛이 좋고 수량도 550~600kg/10a에 육박하는 소위 ‘최고품질 벼’ 5개 품종을 내놓았고, 지난해에도 ‘하이아미’, ‘진수미’ 등 2개 품종을 내놓았다.


하이아미는 메치오닌, 히스티딘 등 필수아미노산 함량비율이 보통쌀에 비해 30% 높고, 쌀이 매우 투명하며 고소한 맛이 난다. 진수미는 남부지방에 적합한 중만생종 벼 품종으로 밥맛이 우수하고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등 여러 가지 병에 잘 걸리지 않는 품종이다.
최고품질 벼 품종은 재배면적이 급속하게 확산돼 운광벼는 2006년 대비 2007년에 5배가, 삼광벼는 3배가 급증했다.
정부는 지속적인 쌀 소비촉진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떡볶이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밀가루 일변도의 국수를 베트남이나 태국의 쌀국수처럼 우리의 쌀로 만들 수 있는 품종으로 고아미벼를 선정했다. 고아미벼는 국수 만들기에 적당한 전분 구조와 함께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노화예방 등 기능성 쌀 개발
국립식량과학원은 다양한 기능성을 지닌 쌀을 속속 개발해 놓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의 키를 크게 하는 쌀 ‘영안벼’. 영안벼는 어린이의 성장 호르몬 생성을 돕고 혈액의 항체 형성과 소화액 분비 등의 기능조절에 필요한 ‘라이신(lysine)의 함량이 일반 벼보다 11%난 많아 성장기 어린이들의 발육 촉진에 도움을 준다.
노화를 예방하는 항산화 기능이 높은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해 화장품이나 의약품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높은 ‘흑남벼’, ‘흑진주벼’, ‘조생흑찰’, ‘흑설’ 등의 유색미 품종도 개발하는데 성공해 쌀 과자나 술을 빚는데 이용되고 있다.
현대인들의 고민인 비만과 당뇨를 예방해주는 쌀도 개발됐다. 고아미2호가 그런 품종이다. 일반벼(일품)는 섬유소(헤미셀룰로즈) 함량이 12%인데 비해 이 쌀은 무려 3배가 넘는 36.41%로 높기 때문에 인체 내에 흡수가 적어 비만을 억제하므로 ‘다이어트 쌀’이란 애칭을 받고 있다. 또한 당뇨병 환자, 특히 장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밥을 먹으면서 동시에 체중과 당뇨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품종이다.


아주대학교는 비만환자에게 고아미2호 쌀밥을 먹인 결과, 중성지방이 일품의 경우에는 먹이기 전 137.3㎎/㎗에서 먹인 후 139.1㎎/㎗로 거의 변동이 없었던데 비해, 고아미2호의 경우에는 150.5㎎/㎗에서 105.1㎎/㎗로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를 통해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고아미2호는 키가 75cm로 작은 편이라 쓰러짐에 강한 이점이 있는 반면에, 수확량이 424㎏/10a로 일반벼에 비해 약 20% 낮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전북 임실군에서는 이 쌀을 이용하여 다이어트 기능이 있는 피자를 생산, 성황리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식량과학원은 발아율이 낮고 낟알에서 싹이 나오는 ‘수발아율’이 높아 재배 안전성이 떨어지는 고아미2호의 단점을 개량한 고아미3호를 개발했다. 


TIP 쌀국수에 적합한 고아미벼는…

태국과 베트남을 여행한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다양한 쌀국수 음식을 먹으면서 왜 우리는 이런 쌀국수를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의아해 한다. 이들 나라가 쓰는 원료 쌀은 찰기가 적은 인디카 타입이라 국수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쌀은 자포니카 타입이라 찰기가 높아 근본적으로 국수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다.
또한 국수를 만드는데 중요한 성분인 글루텐(gluten)이 쌀에는 없어서 점착성이 떨어져 국수가닥을 만들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2000년에 개발된 고아미벼가 쌀국수를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아미벼는 아밀로스 함량이 일반미(18~20%)에 비하여 27%로 고아밀로스 품종이라 점착성이 적어 국수 만들기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아미벼의 수량은 동진벼 498kg/10a보다 약간 많은 511kg이다.

 

■  인터뷰 - 국산 벼품종 전도사, 경기도 오산 진건상

 

“국산품종이 밥맛·수확량 우수”

 

전건상(63·사진)씨는 10년 전만 해도 오산시 벌음동에서 농사를 짓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평택시 진위면 신리로 옮겨 50ha의 벼농사를 짓는 대농이다. 그도 2006년까지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수매를 하는 아끼바레나 고시히까리를 재배해 왔다.
오산농협 전오상 대리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수량도 많고 밥맛도 좋은 품종으로 호품벼와 칠보벼를 2006년에 분양을 받아 전건상 씨에게 주어 시험재배에 들어갔다. 재배 결과 전건상 씨의 놀라움은 컸다.
이 두 품종은 아끼바레나 고시히까리보다 키가 작아서 도복 걱정도 덜고 병충해에도 강했다. 무엇보다도 수량이 월등히 많았다. 10아르에서 일본 품종은 6가마가 나왔지만, 호품벼나 칠보벼는 2가마나 더 나와 30% 이상 증수를 가져왔다. 오산시 서이동의 이광진 씨도 일본품종에서 4~4.5가마를 수확했던 것이 호품벼는 이 보다 한 가마나 더 나와서 평생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수량을 냈다고 좋아했다.


이 결과를 놓고 오산농협은 지난해 10월말 조합원을 소집했다. 아끼바레와 함께 칠보벼와 호품벼로 밥을 지어 86명에게 밥맛을 평가했다. 조합원들의 15%는 아끼바레가, 31%는 칠보가, 54%는 호품이 가장 밥맛이 좋다고 응답했다. 오산농협은 지난해 독자적으로 수매해 ‘세마쌀’이라는 브랜드로 시판한 결과 인기가 높자 올해는 자발적으로 조합원의 80%가 칠보벼와 호품벼를 재배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인접한 평택, 안성, 용인, 화성, 수원 등 5개 시에서도 이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종자를 오산농협에 요청해 왔다.
전오상 대리는 “10아르 당 호품벼는 600kg, 아끼바레는 453kg이 나와 147kg의 차를 보여 ㎏당 2,000원으로 잡을 경우 조수익의 차는 29만4천원에 이른다. RPC에서 국내 개발 최고품질의 벼품종을 외면하고 40~50년 전에 개발한 일본 품종을 수매할 경우에 1천㏊에서 농업인이 보는 손해는 무려 29억4천만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부에서는 일본품종을 선호하는가?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있다. 소비자들은 아직도 국내 고품질벼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고 아직도 외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를 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이는 농업인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한때 우리 고품질 품종 쌀을 일본품종 쌀로 둔갑시켜 출하하기도 했다.
농진청은 무려 200여 벼 품종을 개발해 놓고 농업인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잘만 이용한다면 FTA를 이길 수 있는 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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