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이유영 연구사

▲ 이유영 연구사

민간과 협업해 농업·식품·제약 산업화 기반 구축
원료곡 확보 위해 귀리 재배 지원…농가소득 창출 기여

“2019년에 귀리를 이용한 치매예방 치료 소재 개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때 너무나 많은 전화를 받았지요. 연구결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 요청,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언제 치료제가 나오는지, 심지어 실용화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싶다는 요청까지도 있었지요. 그러나 가장 많았던 전화는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이었어요. 다시 한 번 치매로 인한 사회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농업연구를 통해 가장 기뻤던 부분은 선배연구자들이 개발은 했으나 외면받던 국산 귀리 품종인 ‘대양’에 대한 가치창출로 재배가 시작돼, 면적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를 통해 농가소득이 증대되고 있는 점입니다. 이를 이용해 가공제품화 됐을 때 그 기쁨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이유영 연구사(46)는 ‘귀리 아베난쓰라마이드(Avn-C)의 퇴행성 신경질환 예방 및 효능’ 등 국내외 15건의 특허를 출원한 것을 비롯해 기술이전을 통한 제품화(발아귀리쌀, 호로록차) 등 귀리의 효능과 소재기술 개발 등의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귀리 아베난쓰마이드의 알츠하이머 모델쥐에서 장기기억형성기작 회복 효능’ 등의 논문게재와 학술발표 23건, 그리고 ‘귀리의 기능성과 귀리활용 한국형 레시피 개발’ 발간 등 각종 영농정책자료와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2016), 우수발표상(2019)에 이어서 지난해에는 어젠다 최우수과제상(2020), 농업기술대상 우수상(2020)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인구고령화로 인한 치매환자의 급격한 증가는 막대한 가계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해 전 세계적 해결이 필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사회도 고령인구가 20%이상인 초고령화 사회(2025년, 통계청) 시대에 직면해 있다. 노인질환 중 가장 증가율이 높은 치매는 2013년 약 127만 명이었으나,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의 70~80%는 알츠하이머성 퇴행성뇌질환으로, 치료제는 신경계 조절로 일시적인 증상완화에만 효과를 보이지만 부작용이 심해,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염증반응과 장기기억형성기작의 연관성이 밝혀짐에 따라 폴리페놀 성분이 많고, 염증완화 효능이 있는 귀리에 주목했습니다. 귀리를 활용한 항치매 식의약 소재개발과 산업화 연구를 그렇게 진행하게 됐지요. 귀리는 기능성 식픔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돼 수입량의 증가는 물론 재배면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식품원료곡인 귀리를 활용한 식물성 식품시장의 성장으로 귀리제품은 지속적으로 확대가 예상되고 있어 식품원료로서의 활용도는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됩니다.”

“귀리에만 존재하는 아베난쓰라마이드가 알츠하이머 유도쥐의 해마에서 장기기억 형성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주간 아베난쓰라마이드(6㎎/kg, 하루) 먹였을 때 수중미로·물체인식 기억 등 실제적인 행동에서도 인지기능이 정상쥐 수준으로 회복돼 직접적인 치료효능을 나타냈지요. 이러한 효능은 아베난쓰라마이드가 항염증 기작을 유도하며, 이에 작용하는 결합 수용기를 최초로 구명해 새로운 기작도 밝힐 수 있었지요.”

“또한 난청은 반응산소종 기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베난쓰라마이드가 난청모델세포주(와우세포주)의 반응산소종을 50%이하 감소시키고, 동물모델에서도 청력보존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아베난쓰라마이드가 이독성·소음성 난청에 복합적으로 효과를 나타내고, 달팽이관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현재까지 보청기 이외 치료 의약품이 없는 난청시장에 새로운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렸지요. 이러한 결과는 5개국 해외출원을 마친 상태입니다.”

이 연구사와 동료들은 귀리 아베난쓰라마이드를 이용한 품종·추출기술·재배법을 집적한 활용기술도 개발했다. 국내외 품종 및 유전자원 검정을 통해 아베난쓰라마이드 함량이 겉귀리 대비 24배, 쌀귀리 대비 12배가 높은 ‘대양’ 품종을 선발하게 된 것이다. ‘대양’ 품종을 이용해 아베난쓰라마이드 고함유 귀리 추출기술을 특허출원 등록했는데, 이는 종자추출대비 344배가 향상된 결과다. 귀리를 봄에 파종하고 출수기 45일 이후에 수확하면 아베난쓰라마이드 생산량을 2배로 향상시킬 수 있는 재배기술도 확립해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활용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아베난쓰라마이드 성분이 치매와 연관된 항염증 기전을 유도하며, 최초로 결합 수용기를 구명해 제약산업에 새로운 치료타깃을 제공하게 됐지요.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정액기술료 3억 원 내외로 기술이전을 검토 중(전남대 산단 제공)에 있습니다. 아베난쓰라마이드 소재는 대체기술이 없는 시장에 치료제뿐만 아니라 향후 보청기 시장까지 대체 가능성이 있는 최신 선도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연구사와 동료들의 이번 연구결과는 사회문제해결 R&D 41개 중 퇴행성 뇌·신경질환 해결과 국정과제인 ‘치매 국가책임제’의 직접적인 연구 산물이다. 특히 ‘대양’ 품종 원료곡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농진청 시범사업으로 25ha를 지원할 계획이며, 지역특화작목으로서 전북 정읍, 전남 강진 등에서도 농가수익을 증대시켜 지역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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