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야 생활개선회원 - 경기 광주 최태희 회원

인생이란 무대에서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다. 모든 이들에겐 나만의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을 터. 전국 10만 생활개선회원들 역시 전국 각지에서 각자의 인생을 일구며 쌓아올린 10만개의 이야기가 있다. 이에 본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들을 직접 만나봤다.

▲ 조명을 비롯해 촬영장비를 조금씩 갖춰가고 있는 최태희 회원은 직접 찍은 영상물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종갓집서 자연스레 터득한 전통주로 건강 지켜
농업기술센터서 강사로 활동하며 유튜브에 도전

가양주는 나만의 건강법
코로나19는 많은 걸 변화시켰고, 변화시키고 있다. 건강을 우선시 한다는 것과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바로 두가지가 한데 합쳐진 게 가양주일 것이다. 경기도 광주의 최태희 회원은 오랫동안 집에서 제철마다 나는 재료로 가양주를 담가왔다. 집에서 소소하게 담가 가족이나 지인과 술잔을 나눌 수 있는 가양주에 눈을 뜨게 된 건 어릴 때부터였다.

“부여에서 태어났어요. 종갓집에서 태어나 많게는 일년에 제사를 24번 치렀어요. 그래서 항상 음식을 푸짐하게 하는 날이 많았고, 술도 직접 담그셨어요. 특히 초항아리라고 막걸리로 만든 식초 장독이 있었는데 그걸로 양념을 만들었어요. 음식의 시작이 술이었던 거죠. 예전엔 집집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술 담그는 법이 있었고, 그게 그 집의 식문화이자 역사 자체였잖아요.”

자연스레 술을 직접 담그게 됐고, 자연에서 나는 온갖 풀이며 꽃들과 곡식은 좋은 재료가 됐다. 술은 많이 먹으면 독이지만 적당히만 먹으면 그만한 약이 없다는 최 회원. 그래서 가양주를 담그는 순간부터 그걸 마시는 것까지가 본인의 건강법이라고 믿는다.

많은 술을 담가 온 그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술은 삼양주와 백수환동주다. 세 번 담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삼양주는 단양주와 이양주보다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 머리가 흰 늙은이가 다시 아이가 된다는 백수환동주는 흔히 신선들이 즐겨먹는 신선주로 유명하다. 두술 모두 만드는 핵심은 누룩이다. 삼양주는 쌀누룩을, 백수환동주는 밀누룩으로 주로 만드는데 누룩은 숙성에만 1년이 소요된다고.

▲ 말리는데 1년이나 걸린다는 누룩은 전통주 만드는 과정의 핵심이다.

“자연바람으로 습도랑 온도를 세심하게 맞춰져야 돼요. 말리는 게 제일 중요한 기술이에요. 경력은 오래 됐지만 누룩을 제대로 만드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나만의 노하우를 모두 나누고파
최태희 회원의 신조는 ‘배워서 남에게 주자’다. 그래서 생활개선회 산하 동아리인 생활건강실천연구회에 관심이 특히 갔고, 회장직도 맡고 있다. 회장을 맡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일 터. 전통주협회로부터 제조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전통주 명인으로 명성이 높거나 좋은 교육을 하는 곳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가 노하우를 얻고자 했다.

“사실 전통주도 눈대중이나 감으로 하다보니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문제에요.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계량을 정확하게 지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계량법을 정확히 지켜야 남들에게 알려주기도 좋고요.”

최근 전통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직접 담글 수 있는 전통주인 가양주를 배우고 싶다는 이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최태희 회원은 생활건강실천연구회장으로서 회원들에게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기도 하지만 광주시농업기술센터나 대학 등에서 의뢰가 들어와 강의를 하기도 한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도 우리 농산물을 이용 식문화 확산을 위해 우리 술 빚기 과정을 지난해 개설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방식의 교육이 힘들어지면서 재료를 택배로 받아 동영상을 보며 기초이론을 터득하고 가양주를 직접 만들며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양주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업로드해 공유하는데 익숙한 최태희 회원에겐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됐다. 비대면 교육분야에서 앞서가는 강사가 된 것이다. 특히 Zoom을 활용한 교육이 많아지면서 그도 여기저기서 교육을 받으며 웬만큼은 다룰 수 있다고. 지금은 휴대폰으로 만드는 과정을 찍어 밴드나 카톡으로 공유를 할 정도가 됐다. 강의를 위한 PPT도 직접 만든다는 그는 촬영을 위해 조명부터 장비를 하나둘씩 장만하고 있다.

“내가 무슨 유튜버니 했는데 내 노하우를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면 유튜브만한 게 없더라구요. 실력이야 자신은 없지만 술 담그는 거야 수십년 해온 일이니 그걸 믿고 과감하게 도전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전국에서 손꼽히는 전통주 명인에 제 이름 석자를 꼭 올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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