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소믈리에의 세계 – 김치소믈리에 전윤자 씨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에서 유래한 소믈리에. 흔히 와인을 감별하는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지만 영주가 식사하기 전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주었던 소믈리에의 역할은 웰빙이 대세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소믈리에들을 만나본다. 김치 소믈리에 전윤자 씨를 만나봤다

▲ 김치소믈리에 전윤자씨는 김치명인 인증서를 취득했다. 연근과 뿌리채소를 이용한 김치특허도 갖고 있다.

어떻게 김치 소믈리에가 됐는가?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 김치 소믈리에다. 요식업에 30년 넘게 종사하다가 반찬가게로 전환한 후 도전했다. 일반 음식점과는 달리 반찬가게는 반찬 하나하나에 신경을 더 쏟아야했다. 반찬 모두가 메인요리이기 때문이다. 일반 음식점도 ‘김치가 맛있으면 그 집 음식은 안 먹어봐도 맛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 보니 김치를 더 연구해서 나만의 경쟁력을 갖고 싶었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채소 발효식품이다. 웰빙음식 김치는 비타민(B1, B2, C 등)과 무기질(칼슘, 칼륨 등)이 풍부하고 소화를 도우며 암 예방에 유익하다. 건강의 측면에서나 맛의 측면에서나 세계에서 으뜸인 김치를 제대로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싶었다.

-김치의 트렌드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데...
최근 미국 등지에서도 건강식 붐이 일면서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김치가 2008년 미국의 유명한 건강 연구지 ‘헬스’에서 올리브유, 그릭요거트, 렌틸콩, 낫토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도 한국 유튜버들 중심으로 김치 담그는 법이 업로드 되고 있고, 채식주의자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김치도 덩달아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외국 유튜버들이 본인들의 김치 레시피를 찍어서 공개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김치 상품을 리뷰한 글들도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세계인에게 김치가 알려지면서 그들 나라에서 우리 김치를 그들만의 레시피로 개발해 다양한 김치를 담그고 있고, 최근엔 김치파우더가 개발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그리고 건강을 고려한 저염 김치, 매운맛이 더 가미된 김치, 새로운 채소나 과일들로 김치를 담그는 것이 많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아스파라거스 등 생소한 채소를 재료로 한 김치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 김치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해물,시금치,아스파라거스 등 다양한 재료는 물론이고 최근엔 저염김치와 김치파우더를 이용한 김치까지 선보이고 있다.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원칙이 있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무엇보다도 재료들이 신선해야 한다. 특히 소금 선택이 중요하다. 소금은 서걱서걱한 배추의 뻣뻣함을 죽여주는 동시에 소금물에 들어 있던 효소들이 배추의 섬유질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발효를 시작한다.

김치맛의 백미는 충분히 숙성돼야 생겨난다. 담그는 법과 재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발효가 시작되면 국물이 생기고 거기에 작은 기포가 올라온다. 이것이 막 시작됐을 때를 ‘김치가 미쳤다’고 표현하는데 이 단계를 지나면 비로소 익은 김치가 된다. 잘 익은 김치는 그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마치 과일 같고, 오미(五味)가 두루 갖춰져 한식이 추구하는 이상을 구현한다.

미친 상태에서는 젖산이 만들어져서 상쾌한 신맛을 낸다. 대량생산되는 김치 공정에는 아예 젖산을 첨가한다. 또한 김치 만들 때부터 젓갈 등이 들어가고 발효과정에서 아미노산이 생성되므로 특유의 감칠맛이 나기도 한다. 발효가 잘 된 김치는 사이다를 마신 듯 톡톡 터지는 탄산감을 준다. ‘미친 상태’가 끝난 후엔 산소에 극도로 약해지므로 먹을 만큼만 꺼내먹고 나머진 잘 밀봉해야 한다. 김치의 유산균이 대부분 혐기성이라 산소가 들어가면 효모가 증식한다. 심지어 군내가 나거나 김치가 빠르게 물러지기도 한다.

-김치사랑이 대단해 보인다.
김치를 좋아하고 배우고 탐구하려 김치소믈리에가 됐다. 김치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좀 더 심화된 공부를 하고 싶어 김치명인 인증서도 취득했고 그렇게 공부한 후 나만의 방법으로 연근과 뿌리채소들을 이용한 김치 특허도 받았다.

하나를 배우니 거기에 파생되는 여러 배움들이 계속 생겨나 대학원도 진학했고, 여러 대회에도 출전하고 봉사활동도 다니며 나눔을 실천 중에 있다. 앞으로 김치연구소를 좀 더 활성화해 면역력이 강한 김치를 만들어 전세계 사람들이 대한민국 김치가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김치를 만들고 싶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