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순창 ‘장군농장’ 최영 대표

▲ 양파를 수확 중인 최영 대표

귀농귀촌 청년창업박람회서 ‘청년농업인 대상’
재배·가공·판매까지…스마트팜 6차 산업이 목표
 끊임없는 소통과 배움이 ‘현명한 농부’ 이끌어

순창은 전라북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 노령산맥 주능선을 사이로 전남도와 경계를 이루는 곳이 많다. 적성강 등 섬진강 상류가 되는 하천들과 용골산, 회문산, 강천산 등이 이어져 물 맑고 풍광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 풍광과 맑은 물이 키워낸 고추와 콩 등은 순창을 장류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소설 ‘남부군’의 배경이었고, 동학혁명과 한말 의병활동의 근거지였으며, 빨치산 전북도당 유격대 사령부가 자리했던 회문산은 강천산과 더불어 순창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꼽힌다. 강천산과 회문산 사이로 해발 500~600m의 산지가 펼쳐지는 곳이 구림면(龜林面)이다. 고도가 높아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다. 거북을 닮은 숲과 천이 잘 발달된 때문일까. 전국적으로 장수인구가 많은 곳으로도 자주 불려진다.

구림면 물통골마을에는 지난해 5월 농협이 주관한 ‘귀농귀촌 청년창업박람회’에서 ‘청년농업인 대상’을 수상한 ‘장군농장’ 최영 대표(31)의 복숭아밭이 봄맞이로 분주하다. 쑥, 냉이 등 봄나물들의 향기가 코끝을 찌르고, 복숭아 새순도 막 얼굴을 내밀었다.
“귀농하는 순간에도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공부도 하고 주변에서 배우고, 부모님께 도움도 받다 보니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해 받은 ‘청년농업인 대상’은 앞으로 농업인으로 살아가는데 자부심이 돼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최 대표는 고향이 전남 여수다. 초등학교 때 야구선수로 활동하면서 광주와 화순의 초등학교를 오고갔다. 그렇지만 체력이 동료들에 비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는 운동을 포기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때부터 장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잠시 경찰 시험도, 스포츠 지도사도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집중도 잘 되지 않고, 막상 평생을 그런 쪽에서 살아갈 자신도 많지 않았지요. 그러던 중에 아버지가 농사를 권하더라고요. 지금은 인터넷이니, 디지털이니 하는 것들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농사를 지어야 되는 세상이라고, 그래서 귀농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찾은 것이 ‘전북귀농귀촌학교’였지요.”

▲ 최영 대표의 1천여평 복숭아 농장

최 대표는 2017년쯤 전북귀농귀촌학교에서 청년마이스터 양성과정 160시간을 이수하며, 농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전북귀농귀촌학교 생활은 귀농과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기초과정이 끝나고 나니까 본격적으로 농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600시간의 장기교육에 들어갔지요. 진짜 농부가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순천 송광면 근처에 작은 땅을 임대해서 고추와 옥수수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진짜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최초의 농사는 완전실패로 끝나버렸지요.”

산간지역인 탓이었을까. 최 대표의 고추밭, 옥수수밭은 고라니떼들로 엉망이 돼버렸다. 그래서 최 대표가 생각한 것이 부모님 농사라도 도와드리는 것이었다. 인터넷과 SNS 등을 활용한 마케팅이었다.
“고추밭이 엉망이 되면서,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부모님이 지은 농산물 판매를 도왔어요. 부모님은 양봉, 염소, 고로쇠, 채소류 등 다양한 농사를 지었는데, 제가 많은 도움을 줬지요. 이후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이 저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그러면서 다시 농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 복숭아와 더불어 봄철 농사로 큰 도움이 되는 고로쇠 제품

최 대표는 2019년 물 맑고 풍광이 좋은, 순창 구림면 물통골마을 부근에 3000여㎡(1천여 평)의 복숭아밭을 임대로 마련했다.
“혼자 일하기 딱 좋은 규모였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도 주셨고 기존에 잘 가꿔진 밭을 인수해서 크게 어려움도 없었지요. 시간될 때마다 부모님 농사도 거들고, 특히 판매에 신경을 썼지요. 그러다보니 경제적·정신적으로 안정감을 느꼈지요. 당당한 농부가 됐다고 할까요.”

최 대표는 지금 복숭아는 물론 다양한 농작물을 가공하고 판로까지 개척하는 스마트팜 6차 산업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농사는 독불장군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해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이 농사더라고요. 결국은 주변과 소통을 잘하고,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 현명한 농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주변도 도울 수 있을 것이고, 스스로도 목표를 이뤄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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