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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은 내 운명…돌고돌아 꿀벌에 정착■ 농촌愛살다 - 전북 익산 ‘농촌브랜드 신비’ 박넝쿨 대표
기형서 기자  |  01036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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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19  10: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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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인에서 상담사 그리고 ‘벌꿀 상담사’로 변신
제주도 감귤수확단 참여, 청년 봉사활동 체험이 귀농 자양분

   
▲ 농촌브랜드 신비 박넝쿨 대표가 귀농과 봉사를 얘기하고 있다.

안학교 개념 뛰어넘은
신비체험학교서 인생 탐구를…

전북 익산시 금마면은 백제 이전 마한의 도읍지로서, 왕궁면 북쪽으로 경계를 이룬다. 그런 만큼 왕궁면의 유적과 역사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미륵산과 용화산을 비롯해 미륵사지 석탑(국보 11), 익산고도리 석불입상(보물 46), 미륵사지 당간지주(보물 236), 익산토성(사적 92), 미륵사지(사적 150), 미륵산성(전북기념물 12), 백제토기도요지(전북기념물 14), 익산향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미륵산과 용화산 사이 꾸불꾸불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는 어김없이 널려진 벌통 무더기들을 볼만한 풍경으로 만날 수 있다. 청년농부 박넝쿨 대표(35·농촌브랜드 신비)가 귀농 꿈을 펼쳐내는 양봉 현장들이다. 그렇게 산길이 끝나갈 무렵, 논과 밭이 막 드러나는 그 가운데로 작은 마을이 모습을 내놓는다. 박 대표의 양봉농원 ‘신비’의 보금자리가 돼준 도천마을이다.

“양봉은 돌이켜보면 운명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 아버지도 벌을 키우셨거든요. 나름대로 괜찮은 직업도 있었는데, 결국은 어릴 적 추억을 잊을 수가 없어 벌과 고향을 찾아오게 됐습니다. 지금은 제 인생의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금마가 고향이다. 대학 때 상담학을 전공했으나 다 마치지 못하고,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해 직업군인을 택했다. 군에서는 통신대학에서 전공을 마저 이수하는 한편, 복무 부적응 병사들을 상담하면서 4년여를 보냈다.

“군에서 전역을 하고 2012년부터 청소년 전문기관에서 청소년상담사로 활동을 했습니다.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군인부터 학교폭력의 가해자·피해자 등을 상대로 한 상담을 계속하다보니 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고향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그리웠지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7년 말쯤 사표를 내고, 우연히 SNS를 통해서 알게 된 제주도와 제주농협의 ‘감귤 국민수확단’ 모집 소식에 지원하고, 제주도로 날아갔지요. 그냥 열심히 일했어요. 그렇게 몇 달 제주도에서 생활하다보니 많은 정신적·육체적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귀농청년도 만났고요. 유능하고 멋진 귀농청년들은 지역주민들에게 재능기부도 하고, 평화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주에서의 생활은 저에게 큰 자양분이 됐습니다.”

박 대표는 익산으로 돌아온 후 다양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양봉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었단다.
“양봉관련 교육을 받는데, 어릴 적 제 모습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양봉을 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도와드린 기억도 많고, 따라다니면서 경험도 많을 수밖에 없었지요.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면서, 양봉을 내가 제대로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 박 대표의 사무실에 전시된 자연숙성 벌꿀 제품

벌을 키워야겠다는 확신은 박 대표를 익산농업인대학으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양봉을 공부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박 대표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때가 제일 기뻤던 것 같아요. 지원금으로 벌통 30통을 마련했지요. 그리고 고품질 소량 꿀 생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는 미륵산과 용화산 자락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꾸준히 꿀을 채취합니다. 한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자연 숙성된 꿀을 채취하는 것이지요.”

   
▲ 박 대표가 생산한 벌꿀 상품들

귀농 4년차가 된 박 대표가 주로 생산하는 꿀은 찔레꿀, 야생화꿀, 헛개밤꿀, 감로꿀 등이다. 꿀단지보다는 200g 정도의 적은 용량의 튜브형 용기에 담아낸다. 지금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신비’ 제품 꿀은 인기상품이다.

“귀농 4년 동안 많은 성과를 이룬 것 같아 가끔씩 뿌듯할 때도 있어요. 지난해에는 결혼도 했습니다. 그리고 벌통도 늘려서 지금은 64통으로 생산하고 있지요. 올해는 귀농 이전에 생각했던 재능기부와 봉사를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양봉과 상담 등 다양한 분야를 생각해 ‘신비(SinBee)’라는 농촌기업브랜드를 만들었지요. 꿀 생산뿐만 아니라 꿀벌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신비체험학교’를 운영 중인데, 반응이 너무 좋습니다. 신비체험학교는 누구나 쉬어가고, 상담하고, 인생을 탐구하는 공간으로 꾸려나갈 계획입니다. 대안학교 이상의 개념으로 모두와 함께할 생각이지요.”

박 대표는 사람과 함께 서로 기대고 나누며 사는 것이 꿈이란다. “벌과 함께 자연과 함께 먹고 살 만큼만 벌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넉넉함과 행복감을 주변과 함께 지켜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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