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44

어린 참나무는 겨울눈을 보호하기 위해 낙엽을 매단 채 겨울을 나지만 다 크면(오른쪽) 가을에 낙엽이 된다.

 

요즘의 참나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큰 나무들은 잎이 모두 떨어져 가지가 앙상하지만, 어린 것들은 모두 낙엽을 매달고 있어서 찬바람이 지나가면 ‘소소소...’ 소리를 지른다.
식물이 지구에 최초로 생겨난 때는 4억7천500만 년 전이고, 인간은 이보다 훨씬 늦은 300만 년 전이었다고 한다. 지구상에 먼저 나타난 때문인지 식물의 생존전략을 들여다보면 인간 못지않게 지혜롭다.


추운 겨울 자칫 겨울눈(冬芽)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목련은 눈을 솜털이 빽빽이 덮인 인편으로 몇 겹씩 둘러싸고 있어서 영하 50도에서도 끄떡없다. 영산홍은 잎을 매단 채 겨울을 나는 데, 잎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우단 같은 털로 덮여 있고 겨울눈 주위에서 마치 엄마의 두 손이 아기의 뺨을 감싸는 듯한 모습이다. 식물이 겨울눈을 각별히 보호하는 이유는 양식을 만들 잎과 자손을 퍼트릴 꽃이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이길 만큼 큰 참나무는 여느 나무처럼 겨울로 접어들면서 잎이 모두 떨어진다. 하지만 어린 참나무들은 아직 추위에 약하다. 낙엽을 매단 채로 겨울을 나면 매서운 찬바람의 직격탄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까짓 작은 이파리들이 어떻게 세찬 겨울바람을 막아주겠느냐고 반문한다. 문제는 바람의 속도다. 기온은 영하 10도이지만 바람이 세차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도 내려간다. 세찬 바람은 겨울눈을 얼리는 한편, 껍질에서 수분도 빼앗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낙엽은 바람의 속도를 떨어뜨려 겨울눈을 보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낙엽이 봄까지 버티다 떨어지는 데도 이유가 있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은 겨울바람에 어디론가 날려가 버린다. 허지만 봄에 떨어지면 발치에 쌓여서 어린 나무의 거름이 된다. 인간만이 자식사랑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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