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지구를 살리는 올바른 축산③

▲ 이덕배 전북대 동물자원학과 객원교수/농축생태환경연구소 대표이사

“아름다운 농촌과
 수지맞는 농업은
 지자체의 정책과
 농축산업인들의
 손과 발에 달려있다”

필자는 작년 봄, 고향의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감나무 과수원의 가축분 액비사용처방서를 발급받아 한돈협회에 액비살포를 신청했다. 그러나 살포업자는 논은 평탄해 살포하겠지만, 과수원은 비탈졌다며 살포작업을 거부했다. 필자는 농촌진흥청 재직 중 벼와 보리는 물론 포플러, 밤나무, 백합나무까지 가축분뇨 액비 활용기술서를 발간해 보급한 적이 있었지만, 개발된 기술은 살포업자에 의해 사장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시·군·구청의 액비살포 사업의 이행점검과 통계자료 구축이 시급하다고 본다.

한때 우리나라 농축산업 발전을 위해 일본의 농업기술과 정책을 배우던 때가 있었다. 일본의 농축산 기술은 네덜란드보다 뒤떨어지지 않았지만, 일본의 농축산업은 네덜란드 농축산업보다 경쟁력이 약하고, 우리 농축산업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정부는 양분수지 개선을 위해 농가단위 양분회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축산농가는 가축분뇨 유래 양분 발생과 유통에 대한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경종농가도 농장의 양분회계장부를 작성한다. 네덜란드 식품안전청(NVWA)은 농가의 양분회계를 엄격히 심사해 법원에 기소를 할 수 있다.

양분회계장부 작성을 잘못한 농가는 8만3천~24만3천 유로(약 1억~ 3억 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한다. 네덜란드는 남한 면적의 40%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놀랍게도 농축산물 수출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농축산업은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농축산물은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가축분뇨의 25%가 퇴비와 액비 형태로 인근의 독일, 프랑스는 물론 멀리 한국과 베트남 등 해외 3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이같이 엄격한 환경정책 속에서도 네덜란드 농업인들은 수출경쟁력을 갖고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도 축산농가를 출입하는 가축분뇨 처리업자가 있다. 이들에게 축산농가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시·군·구청에서도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가단위 가축분뇨처리 회계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가축분 액비 살포업자도 AgriX시스템에 등록하고 소정의 지원금을 수령하고 있지만, 시·군·구청 축산부서에서는 연간 액비살포량 통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가필지단위 액비의 밑거름 살포량 정보는 농업기술센터에 공유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농업기술센터는 토양검정을 통한 가축분 액비 사용처방량과 실제 해당 필지에서 살포량 정보를 비교하면서 농업인에게 효과적인 비료사용 컨설팅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기질 비료는 물론 유기질 비료도 잘못 사용하면 작물수량과 품질을 악화시키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 하천수 오염, 토양염류집적을 일으킨다. 가축분 퇴비와 액비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한다. 시군구청의 농업정책사업과 기술지원사업에 대한 통계를 구축하고 공개해야 한다. 시·군·구청 단위의 경축순환 관련 통계자료가 명확해지면 각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이 분명해지고, 각자 자기 영역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정부를 탓할 것도 없고 지역 정치인들을 찾아 로비를 벌이는 것은 멈춰야 한다. 아름다운 농촌과 수지맞는 농업은 지자체의 정책과 지역 농축산업인들의 손과 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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