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특집 - 소띠해, 소띠 여성농업인이 뛴다 - 한국생활개선장수군연합회 오순녀 회원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가 밝았다. 특히 올해는 영험한 기운을 지녔다는 흰 소의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새해를 맞으며 새 희망을 품어본다. 소띠 해, 소를 기르는 농촌여성들의 새해 각오도 남다를 듯. 그들의 신년 포부를 들어본다.

 

▲ 한우를 기르는 소띠 여성농업인인 장수군연합회 오순녀 회원은 소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소를키워 축사규모를 늘리고 싶다고 말한다.

우직하고 부지런한 소띠…일도 생활도 뚝심으로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소 키우는 재미 두 배

소띠생은 보통 인내력이 강하고 성실하다고들 말한다. 끈기 있게 노력하고 뚝심이 세기도 하지만 겁이 많으며 보수적인 기질도 있다고 알려진 소띠는 1949년생, 1961년생, 1973년생, 1985년생 등으로 특히 1961년생은 올해 태어난 간지의 해가 다시 돌아오는 환갑을 맞는다.
흰 소띠 해에 태어나 다시 한번 흰 소띠해를 맞는 생활개선 회원을 만났다. 그녀는 소띠답게, 여성농업인답게, 묵묵하고 성실하게 한우를 키우고 있었다.

 

역량강화교육은 농촌생활 묘미
“소처럼 천천히 우직하게 그렇게 키워야죠.” 한국생활개선장수군연합회 오순녀 회원의 말이다. 장수군 계북면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오 씨는 올해 환갑을 맞은 소띠 여성농업인이다. 오 씨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생활개선회의 모습을 보고 가입하게 됐다고한다.
“생활개선회원들을 보면 지역축제, 봉사,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더라고요. 저 또한 농촌지역에서 함께 활동하고 싶어 가입하게 됐습니다.” 농사를 짓다 잠시 직장에 다닐 적엔 시간이 없어 생활개선회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다시 농사를 시작하며 생활개선회활동도 재개했다.
“활동하면서 얻은 게 참 많아요. 평소들을 수 없는 강의도 듣고, 함께 모여 여성농업인들끼리 소통할 수도 있고요. 올해는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져 함께 자주 모이고 다시 활발한 단체가 됐으면 해요.”

주인만 보고 따르는 소가 예뻐
나이만 한 살 더 먹은 게 대수냐고 말하는 오 씨지만 환갑을 맞아 이미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 키운지 10년 됐어요. 암소 3마리에서 시작했고요. 올해는 소를 늘려 보려축사 한쪽을 확장해 놨어요.”누가 소띠 아니랄까 봐. 천천히 꾸준하게 소를 키우는 모습이었다.
오 씨는 현재 6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비록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소 하나하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애정이 가득하다.
“얼마나 예뻐요. 다른 사람이 오면 축사 뒤쪽으로 도망가고 나만 찾아요. 주인만 보고 따르죠. 특히 아침, 저녁으로 밥때만 되면 나만 기다리는데, 나를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기쁘죠.”
흔히들 표현하는 것처럼 소가 우직하기만 한 모습은 아니었다. 낯선 사람이 있으면 사료를 먹지 않을 정도로 예민한 것 또한 소의 특징이다. “소띠도 비슷해요. 내 친구들 봐도 정말 부지런하고 묵묵하고 성실해요. 한편으로 예민하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해요.”

농사·축산 고되지만 보람 두 배
오 씨는 아들이 키우던 소를 맡아 키우기 시작했다. “장수한우가 워낙 유명하잖아요. 아들이 직장생활하면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턱 하니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나 언제나 일은 오 씨 몫이었다. “직장생활하면서 축사를 할 수 있나요. 트랙터로 거름 치워야지, 때맞춰 밥 줘야지, 짚 떠서 들여놔야지, 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들이 키운다고 가져다 놓고 제가 그때부터 거의 키웠어요.”

오 씨는 벼, 배추, 고추 등 복합영농도하고 있다. 아들이 소를 데려오면서 농사에 축산업까지 겹쳐 일이 두 배가 됐다. 그러나 오 씨는 번거롭기는커녕 얼마나 예쁘냐며 소를 어루만졌다.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죠. 몇 마리 안되는 소지만 사육하는데 체력이 엄청 소모돼요. 특히 배설물 처리나 사료 포대를 통에 부을 때에는 혼자 못할 정도로 힘들어요. 그런데도 내가 밥 주길 기다리는 소들을 보고 있으면 힘든 것보다도 보람이 더 느껴져요.”

내 명의로 등록된 축사, 책임감 더 커
농촌지역 대부분 한우농가에서는 배우자의 명의로 축사와 소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오 씨가 키우고 있는 소와 축사는 모두 오 씨의 명의다. 아들이 축사 일에 완전히 손을 떼면서 오 씨에게 넘긴 것이다.
“남편이 축사 일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고, 제가 주로 담당을 하고 있으니까요. 주변 소농가를 봐도 여성농업인의 명의로 소나 축사가 등록된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요. 내 이름으로 된 축사에서 내 소를 키우다 보니 책임감이 당연히 더 커지죠. 좋은 공기 쐬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러나 사룟값이 자꾸 오르는 건 피치 못할 걱정이다. “요즘 한우값은 안정적인데 사룟값이 자꾸 올라요.”

축사규모 더욱 키우고 싶어
소의 해인 2021년, 그녀의 소망은 무엇일까. “건강이 제일이죠. 그저 가족과 친구들 모두 건강했으면 해요. 소처럼 우직하게 성실하게 농사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조금은 내려놓고 쉬엄쉬엄하자고들 얘기해요.”
그럼에도 키우고 있는 축사의 규모를 늘리고 싶다는 꿈을 내비친 그녀다.“제 명의로 돼 있으니 욕심이 나요. 더 많은 소를 들여와 규모를 늘리고 싶고요. 소도 더 좋은 환경에서 잘 키우고 싶고요. 마릿수 늘리는 게 목표에요. 축사 규모도 더욱 늘리고 싶어요. 장수가워낙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다 보니 장수한우는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긴 하지만 그래도 ‘오순녀 표’ 한우가 최고라는 인정을 받도록 도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소처럼 우직한 소띠 여성농업인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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