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신문을 빛낸 올해의 여성농업인 3인 / 경기 포천 ‘포담장터’ 김순옥씨

2020년 우리 농업․농촌은 그 어느 해보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한 해였다. 연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는 소비위축에 따른 경제침체로 이어졌고, 현재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으로 농가와 농업기반이 떠내려가고 애써 키우던 농작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과수화상병 등 돌발병해충과 축산전염병 피해도 극심했다. 그런 악재 속에서도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은 역경을 딛고 올해도 묵묵히 땅을 지키고 있다. 올해 농촌여성신문 지면을 빛낸 여성농업인 3인의 근황과 내년도 목표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상생 도모하는 장터로 지역명소 우뚝
‘같이의 힘’ 담긴 꾸러미로 비대면 판로 승부수

혹독한 겨울이다. 지난해보다 더 추워진 날씨에 코로나발 한파로 모두가 움츠러든 지금이다. 가을 수확이 끝나고 겨울인 농한기에 한숨 돌리며 내년을 준비해야 할 농촌이건만 날씨만큼 얼어붙은 요즘, 경기 포천의 포담장터 김순옥씨(60)는 특유의 씩씩함으로 따스한 온기를 내뿜고 있다.

 

▲ 김순옥씨는 코로나발 위기를 꾸러미로 돌파한다는 생각이다.

돈벌이가 1순위 아니에요
지난 2월 본인의 집마당을 그들만의 로컬푸드매장으로 꾸린 ‘포담장터’를 찾았었다. 포천의 모든 걸 담는다는 포천 농특산물 브랜드에서 이름을 따온 포담장터는 화요장터와 토요장터를 운영하며 항시 붐비던 장터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사람이 붐빌 줄은 몰랐다는 김순옥씨다.
“갑갑하고 답답한 서울살이에 찌들어 남편과 제가 건강이 좋지 못했어요. 오로지 건강을 챙기고 싶어 결정한 귀농이었어요. 그래서 도전한 게 유기농으로 지은 고추였어요. 그게 시작이 돼 당뇨 고치는 고추밥상으로 유명해진 지금의 유기농장 허당원까지 오게 된 거죠. 모두가 건강한 밥심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초심 그대로 돈을 버는 게 1순위가 아니에요.”

돈벌이보다 동네사람들의 사랑방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집마당을 기꺼이 내놓은 김순옥씨와 남편 이관욱씨는 그렇게 마을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그래서 귀농인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이장까지 맡게 됐다. 규모도 점점 커져 부부의 농산물 이외에도 이웃들의 물건까지 취급하게 됐고, 왠만한 로컬푸드매장 부럽지 않은 구색을 갖췄다. 포담장터를 찾는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지역화폐인 포천사랑상품권까지 결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물건만 많다고 사람이 몰리진 않을 터. 남편 이관욱씨의 끼도 한몫했다. 농부로만 구성된 밴드 파머스 공연은 마치 시골 오일장터에 온 것 마냥 흥겨움의 장이었다. 거기다 무료진맥 등 건강프로그램과 아나바다 장터, 달고나·뽑기·윷놀이 등 추억의 놀거리들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로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누적 억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꾸러미에 재도전하다
그러나 이곳도 코로나발 위기는 피해갈 수 없었다. 화요장터와 토요장터는 11월부터 방역단계가 상향되며 운영을 중단했다. 겨울을 대비해 건물 2동을 새롭게 세웠지만 제대로 한번 쓰지도 못했다. 포담장터에 물건을 내놓는 이들로부터 일체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서 수천만 원의 적자를 기꺼이 감수한 김순옥씨였지만 코로나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장터를 운영했다면 지금 이 위기는 견딜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여기가 제일이라며 꾸준히 찾는 고객과 50명 넘는 포담장터 운영위원회 분들이 청소나 이것저것 일을 분담하며 힘이 돼 버티고 있어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묘안을 찾던 김 씨는 귀농 초장기 시도했다 실패했던 꾸러미를 떠올리게 됐다. 당시엔 내 물건만으로 꾸러미를 만들다보니 힘이 부쳐 감당할 수 없어 포기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2000명이 넘는 고객과 여러 농가들의 물건이 즐비하다.
곡류·잡곡류·건류·장류·양념류·즉석완제품·김치류·장아찌류·제철야채·발효액 등 카테고리를 나눠 목록을 만들어 문자로 보낸다. 고객이 그중 필요한 제품을 골라 매주 월요일에 주문해 화요일부터 배송하는 방식을 이번 달부터 하고 있다. 코로나시대 주목받고 있는 일종의 비대면 마케팅인 셈이다. 첫 주에 100만 원의 매출로 꾸러미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순옥씨는 포담장터의 새로운 브랜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즐겁고 힐링하는 장터가 처음부터 꿈이었어요.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죠. 장 보러 오는 게 아니라 힐링하러 왔으면 합니다. 코로나로 사람 만나기 어려운 시기지만 우리 농업인들이 건강하게 키운 밥상을 고객분들이 꾸러미로 받고 이 요상한 코로나를 박살내자구요.”

 

※선정 이유

김순옥씨는 일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장터가 열릴 때마다 무료로 점심을 대접하며 마을을 넘어  지역의 명소로 우뚝 솟게 했다. 매출 대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에 독특한 콘텐츠와 과감한 시설투자는 열정과 의지가 없으면 남들은 시도조차 못할 일이다. 나라의 도움에 익숙해지면 지원이 끊기는 즉시 사업이 끝날 수 있다며 최대한 자립할 수 있는 장터를 운영하고자 하는 쉽지 않는 길을 선택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김순옥씨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