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의 밝은 미래, 결혼이민여성들과 함께해요

■ 제1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⑤ SNS 활용부문 우수상 - 전남 순천 배수빈씨

▲ 베트남의 농산물을 전남 순천에서 재배해 SNS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배수빈씨는 제 1회 결혼이민여 성 리더경진대회에서 SNS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카톡’. SNS 알림이 울리면 수빈 씨는 황급히 휴대폰을 확인한다. 베트남 농산물을 구입하려는 고객의 연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농협의 조합원인 배수빈 씨는 카카오톡,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베트남 농산물을 판매한다. 모닝글로리와 고수, 베트남 고추, 차요테처럼 다소 생소한 농산물이다. 그러나 현재 고객 3000여 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하루 30여 건의 택배 발송작업이 이뤄진다. 연간 매출은 1억 원을 달리고 있다. 수빈씨가 전남 순천에서 베트남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

고수·공심채 등 베트남 농산물 재배하는 순천농협 조합원
SNS 통한 판매 등으로 연 매출 1억 달성

고향 음식 그리운 마음에 농사 시작해
배수빈 씨는 2013년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2013년 베트남 하노이 남쪽에 위치한 타인호아에 거주하던 수빈 씨는 하롱베이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한국에서 온 남편을 만났다. 첫눈에 서로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결혼까지 하게 됐고 남편의 고향인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 한국 왔을 때 음식 때문에 힘들었어요.” 베트남에서 온 수빈씨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음식이었다. 한국 음식이 입맛에 잘 맞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베트남의 음식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래서 제가 먹을 만큼 재배하기 시작했죠.”베트남 음식이 그리웠던 수빈씨는 고수, 모닝글로리 등을 직접 키우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가끔 오시는 친정 부모님을 위해서도 사서 먹기보다 재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8년 전에는 한국에서 베트남 채소가 더 비쌌거든요.”

농사에 처음 도전한 것이었는데 수확량이 상당했다. 수빈씨는 주변에 있는 베트남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친구들이 고마워했어요. 한국에 베트남사람이 많잖아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통해 판매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과 상의하면서 조금씩 판매도 시작했어요.”

농사 규모도 차차 늘려갔다. 현재 수빈씨는 순천 별량면에 있는 하우스 1000평, 밭 2000평 규모에 공심채와 베트남 가지, 빈스, 민트 베트남 호박 등 다양한 작목을 기르고 있다.
또한 인근의 세 농가에 베트남 고추 모종 2500주를 공급해 소득작물 개발과 영농기술 보급에도 기여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농산물을 한국에서 재배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을까. “하우스 작물이다 보니 겨울을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은 없어요. 순천에 살면서 날씨가 제가 살던 곳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한국의 겨울은 매섭게 추워서 겨울에는 작물을 키울 수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도 하우스에 난방시설이 갖춰진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베트남 농산물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어려운 점은 없고, 다른 농민들도 겪고 있는 판로개척, 유통의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끊임없는 교육으로 베트남 농업과 가교역할도
배수빈씨는 순천농협 조합원이다. 2년 전 조합원으로 가입해 다문화 여성대학 등에 참여하며 역량을 다져 나갔다. 같은 해, 순천대학교 물류학과 석사과정에도입학해 배움의 끈을 이어나갔다.
“지금 하고있는 판매를 더욱 잘 관리하기 위해서 다니게 됐어요. 다니면서 아시아 식품수출입 사업에 관심도 생겼고요.”

석사과정을 마친 지금은 낮에는 농사일 밤에는 외국어학원을 운영한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베트남어 수요가 꽤 많다는 걸 알았어요. 현재 베트남어를 공부하러 오는 부동산 사장님부터 영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이민자 여성까지 다양한 학생들과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이유로 소통하기 위해모이는 수빈씨의 학원은 순천 속 작은 지구촌이라 불린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온난화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순천농협에서 추진한 베트남 농업연수에서 수빈씨는 참여한 조합원들이 연수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와 통역의 역할 또한 수행했다. 같은 해 12월, 여름에 다녀온 연수가 배경이 돼 베트남 경제교류단이 순천농협을 방문해 농업교류 행사를 갖기도 했다.
“베트남 농업교류행사 당시 안내와 통역을 하고 베트남 요리를 하기도 했죠. 제 인생에서 보람찼던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3개 국어를 가르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베트남 농산물을 재배하며 농업교류를 위해 힘쓰는 배수빈씨는 그야말로 순천의 민간 외교관이었다.

 

■ 인터뷰 - 순천농협 경영지원본부 박미경 과장

“결혼이민여성은 지역농업 큰 축”

순천농협에서 여성복지와 지역민을 위한 평생교육시설인 문화센터의 관리운영업무를 맡고 있다. 순천농협에는 여타 농협에 없는 문화센터가 있는데 이곳은 교육청에 신고된 교육기관으로 농민조합원뿐 아니라 지역민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 역할을 하며 회원 수 1만3000여 명의 규모에 120여 개 강좌를 진행한다. 특히 여성조합원의 참여가 활발하다.

또한 순천농협에서는 결혼이민여성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과정교육과 다문화여성대학, 다문화여성 1:1멘토링 농업교육, 다문화가족캠프, 여성대학원 등을 운영 중이다.

수빈씨는 2년 전 농협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이듬해 다문화여성대학에 다니면서 성공적인 농촌정착의 선두주자로, 지역 결혼이민여성들에게 농업정보를 공유하고 조합원 선진지 견학 연수시 견학의 가이드로 동반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수빈씨는 늘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이고 일 욕심도 많다. 농사일이 낯설 텐데도 항상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어 순천에 와서도 성공적인 여성농업인으로 정착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는 수빈씨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이 지역사회농업의 큰 축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수빈씨의 사례를 공유하고 싶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