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차농업 현장탐방 - 전북 고창 ‘토굴발효’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서 식약처장상 수상
“다양한 천연식초 개발해 소비자에 다가갈 터”

올해 18회를 맞는 2020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온라인방식을 통해이번달까지 진행된다. 세계 발효식품을 선보이고 식초, 김치,청국장,장아찌, 요거트, 치즈 와인 등 전라북도 농식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행사에서 고창 ‘토굴발효’는 복분자 발사믹 식초로 우수제품에 선정돼 식약처장상을 수상했다.

▲ 고창 토굴발효의 김상관·김희순 부부(사진 오른쪽부터)는 귀농 후 된장, 식초 등 우리농산물로 발효식품을 만들고 발효체험사업장을 운영하는 등 발효외길을 걷고 있다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토굴발효’는 농산물 재배부터 가공,체험, 숙박까지 이뤄지는 곳이다. 1차부터 6차 농업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곳은 마을기업, 귀농·귀촌 예정자들의 선진지 견학의 성지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6차 융복합사업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고창 생활발효학교로 지정되기도 한 이곳에서는 쌈장 체험, 고추장 체험, 식초비누 체험, 장아찌, 발효음료 등 다양한 발효식품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된장을 사러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방을 마련했던 것이 숙박업으로 이어져 며칠간 묵으며 발효의 과정도 천천히 즐길 수 있다.

귀농 후 발효 외길까지
김희순, 김상관 대표 부부는 2009년 남편 김 씨의 고향인 고창으로 귀농했다. 으레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그렇듯 김 씨 부부도 귀농 후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귀농 준비를 위해 남편이 먼저 내려가 있었어요. 저는 아이 대학까지 보내면 내려가려고요. 그래서 터를 잘 잡아놓겠거니 싶었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혼자 감내하고 있었더라고요.”
김상관씨는 귀농초창기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서 조경수를 키우겠다는 결심을 했다.“조경에 원래 로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소나무를 심었죠.”
그러나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소나무는 듬성듬성 거리를 두며 심어야 해서 땅이 많이 남았다고. “땅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깝잖아요. 그 사이에 콩을 심었어요. 지역의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지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어 덜컥 유기농 콩농사에 도전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봤습니다. 가격이 안나왔거든요. 판로를 찾기도 쉽지 않았고요.”

쓰디쓴 실패를 안겨준 유기농 콩농사였지만 이는 김상관, 김희순대표가 발효에 발을 들이는 되는 계기가 됐다. “팔리지 않은 콩을 어떻게 처리할까 곰곰이 생각했죠. 그냥 된장을 담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농사지은 콩으로 된장을 담그기 시작했어요.”
부부는 된장을 담그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특히 집에 토굴이 있어토굴에서 된장을 숙성시키다 보니 그 맛이 그렇게 좋았다고.
“장독대에서 먼저 숙성을 한 다음에 집에 있는 토굴로 옮겨 2차 발효를 해요. 토굴은 일단 온도가 일정하잖아요. 특히 여름에 햇볕을 받다 보면 된장이 말라 미생물이 많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토굴에 있다 보니 촉촉하고 미생물이 많아요.”
그렇게 부부는 지역의 콩을 수매해 된장 담기에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국산콩이니 원물 구하는데 부담이 있긴 하죠. 그래도 건강하고 숨 쉬는 된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 제가 지역에서 교육 등을 통해 혜택을 받은 만큼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한국형 발사믹 만들다
김 씨 부부는 된장을 담그며 발효교육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더욱 깊어지는 발효에 매력을 느꼈고 된장뿐 아니라 식초에도 관심을 갖게 돼 복분자 발사믹식초, 복분자 코디얼 등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고창 특산품인 복분자를 활용해 식초를 담그는 일에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특히나 복분자로 담근 식초를 홍초처럼 활용할 수 있다면 대중이 식초를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번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우수제품으로 선정된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김 대표 부부의 야심작이다. “이탈리아에서 발사믹 식초를 1호로 배워오신 분에게 열심히 전수 받았죠. 복분자청과 복분자 식초를 활용해 만들었어요. 정통 발사믹식초는 아니지만 우리 식탁에서 다양하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든 한국형 발사믹 식초에요.”
부부는 최근에 젊은 층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복분자 코디얼도 만들었다. “과일을 끓여 만드는 원액 주스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끓여내기 때문에 설탕이 적게 들어가도 당도가 높고요. 복분자로 코디얼을 만들면 얼음이나 탄산수를 타 에이드를 만들 수도 있고 우유를 넣어 라떼, 와인을 넣어 뱅쇼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식초가 우리에게 더욱 친근한 발효식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제품 개발에 힘쓸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