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 - 여름 폭우피해, 복구 상황은...

막대한 피해 입은 섬진강유역 주민 겨울나기 막막
코로나19로 인력 지원 안돼 복구작업에 어려움 겪어

지난 8월 이례적인 폭우는 농촌지역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정부는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경기 안성, 강원 철원, 충북 충주·제천, 충남 천안·아산, 경남 하동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피해시설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재난지역 주민들의 상황은 어떨까.

▲ 수해피해로 주택이 난파된 남원시 금지면 주민들이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섬진강 제방 붕괴, 그 이후
섬진강 유역의 전북 남원, 전남 곡성, 구례 등은 역대 최장 장마에 섬진강물이 역류하면서 수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섬진강 하류에 위치한 남원시 금지면은 당시 하루 5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섬진강 제방 100여m가 붕괴돼 마을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마을 주택 70여 가구와 농경지 1000ha가 침수돼 주민 300여 명이 면사무소로 대피하고, 산사태와 도로유실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남원시 금지면 하도리의 최회범 이장은 “수해피해가 예상돼 마을주민 전체가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가 둑이 터져 다시 지대가 높은 면사무소로 이동했었다”며 긴급했던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빗물이 휩쓸고 간 남원 금지면은 겉보기엔 본 모습을 찾아가는 듯이 보였다. 유실됐던 도로와 하천이 범람하면서 망가진 다리가 복구되는 등 마을곳곳의 공공시설이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도로가 청소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전보다 말끔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을로 들어서자 한겨울이 왔는데도 여전히 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섬진강 둑이 무너지면서 집이 완파됐다는 금지면 용전마을의 최정순 씨는“아직도 집이 완공되지 않아 입주를 못하고 있다”면서 “낮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고 밤에는 남원시에서 마련해준 귀농귀촌민을 위한 숙소에서 잠만 자고나온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옆에 노출된 가스통은 꽤 위험해 보였다.
그는 “자금이 부족해 공사가 늦어졌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남원시는 주택 완파 1600만 원, 주택 반파와 침수는 200만 원 가량의 특별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주택자금의 경우,집을 모두 짓고 완공 후 시의 조사를 마친 후에 보상금이 지원돼 그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 최 씨는 계속해서 “절반 가량이라도 선지급 해줬더라면 공사가 더욱 빨리 진행돼 추운 겨울을 하우스에서 보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토로하며“수해로 다 잃고 몸뚱이만 남았는데 4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보상 하나 없이 모두 빚을 내 복구하고 있다”며 한숨을 보였다.

▲ 섬진강 제방 붕괴로 수해피해를 입은 남원 금지면 주민들이 피해액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배로 힘들어
남원 금지면의 주작목은 시설감자로 주민들 대부분이 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수해당시 하우스가 붕괴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손실을 봤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미처 복구되지 못하고 방치된 하우스가 눈에 띄었다.
용전마을 최 씨는 “수해 당시 마을주민들이 농사를 쉬는 시기라 농작물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대부분 하우스를 잃었다”며 “하우스 한 단지 짓는데 3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집도 다시 짓고 기자재도 다시 구입해야 해서 하우스 몇 개는 복구를 포기한 상태”라고 울상을 지었다.

코로나19 또한 수해지역 복구가 늦어진 원인 중 하나다. 하도리 최 이장은 “수해가 일어나고 처음 한 달간은 많은 이들이 봉사를 와 복구작업이 수월하게 이뤄졌으나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군인들마저 올 수 없는 상황이 돼 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외부인의 출입을 자제 하다 보니 건설업체 등의 출입도 어려웠다고 한다. 하도리의 다른 주민도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면사무소에서 좀 더 오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복구기간 동안 주민들이 자비로 컨테이너 등을 마련해 더욱 힘겹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섬진강 유역 수해는 한 번에 1800톤 규모의 물을 긴급 방류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방류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있기도 했다. 섬진강 수해 피해자 구례군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댐관리 부실 책임을 물으며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한 상태다. 대책위는 “올해 8월8일 집중호우와 섬진강댐 대량 방류로 인근 지역이 수해를 입은 지 100일이 지났지만 피해조사와 배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관계기관의 실책을 주장하며 책임자 처벌과 100%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침수피해 외에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큰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이 된 경주시 양북면의 마을 또한 외관은 대부분 복구돼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으나 피해에 대한 주민 개개인에게 보상은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주 양북면 생활개선회 김향숙회원은 “농협에서 1000만 원 무이자 대출받을 수 있는게 전부고, 개인재산 피해 같은 경우 소외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보상이 없어 자비로 복구했다”면서 “코로나19와 수해피해에 가려 태풍피해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도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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