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 - 에코페미니스트 가배울 김정희 상임이사

인류와 오랜 세월 풍파를 함께 견뎌온 토종종자의 가치를 알고 지켜나가는 사람, 또 그것을 지켜온 여성농민들의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사람, 그것이 곧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는 사람. 나는 그를 한국의 ‘반다나 시바’라고 부르고 싶다. 에코페미니스트이자 살림여성주의 단체 ‘가배울’의 김정희 상임이사다.  

전남 강진에 토종농산물을 식재료로 한 식당 열어
“토종농산물로 과식 줄이는 식문화가 지구 살리는 길”

▲ 김정희 상임이사는 여성을 중심으로 토종농산물로 토종음식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 가배울은 어떤 곳인가?
가배울은 토종문화를 살려나가는 살림여성주의 단체다. 여성이 중심이 되는 생태마을 만들기, 공동체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마을 만들기, 토종 식문화 계승, 맛 문화 답사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현재는 토종종자 반찬 꾸러미사업, 살림 페미니즘 강의, 토종 한식 강사양성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전남 강진 월출산 자락에 가배울 토종식당을 열었다.

- 왜 강진인가?
2007년 문체부 양성평등 지역문화 확산사업을 진행한 후 쭉 전남 강진과 연을 맺어왔다. 그렇게 2년간 컨설팅하며 수시로 강진에 드나들면서 그곳 곳곳의 매력을 느꼈고 점차 농촌과 강진에 빠져든 것 같다.
강진에는 오래된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자연 등의 볼거리도 많지만 특히 소박한 남도의 마을 길이 좋았다. 그래서 이후, 3년 짜리 프로젝트를 하나 더 진행하게 맡아 강진과 해남을 중심으로 지역축제에 모두 참여하고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남도문화를 보다 깊숙하게 들여다 봤다.

▲ 토종식재료로 만든 가배울 밥상

- 식당을 연 이유는?
가배울에서는 토종씨앗으로 재배한 식재료로 연잎밥, 들깨탕, 부추전, 강된장 쌈밥, 제철 파스타 등을 판매한다. 대단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다. 토종농산물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느껴지게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의 반응도 보고싶다.
그곳이 토종문화의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토종농사문화에서 나온 노동요, 강강술래와 같은 토종농사의 문화예술을 지켜가는 곳 말이다.

- 여성주의 학자가 토종종자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맛이 매우 좋다.(웃음) 강진에서 농촌문화답사 사업을 진행하면서 숙박과 식사는 반드시 농촌 마을로 들어가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런데 마을 밥이 아주 맛있었다. 몇 년동안 도시에서 맛있다는 된장을 사 먹었어도 맛보지 못한 된장이 거기 있다. 알고 보니 그곳은 토종농사를 짓는 곳이었고, 토종농산물로 만든 음식들이었다. 이때부터 토종종자에 관심이 생겼다. 또, 토종살리기는 여성의 문화다. 옛날부터 밭농사는 여성이 중심돼 씨를 받아 지어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토종종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토종씨앗을 이어받아 농사짓는 이가 없는 것이다. 토종종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씨앗뿐 아니라 여성농민의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지켜나가고 싶은 것이다.
 
- 최근 토종농산물의 효능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
맞다. 토종종자의 효능이 최근 들어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고대미인 적토미에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암성분이 일반쌀에 비해 200배나 더 들어있다고 한다. 그 동안 농사가 경제논리에 맞춰 단위면적당 수확량에 초점을 맞추면서 토종종자들이 더욱 빨리 사라져 갔다.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아니라 단위면적당 영양이라는 개념에 맞게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여파를 맞으면서 우리는 마스크와 방역만을 강조하는데 핵심은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당연히 먹거리와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단위면적당 영양성분이 높은 토종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 토종농산물 가공사업에도 뛰어들었다고?
최근 토종종자의 우수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규모있게 토종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배울은 이분들과 함께 일을 진행한다. 토종농민들이 지속적으로 토종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소비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학자인 내가 식품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현재 토종농민의 농산물로 흑마늘, 연잎밥, 토종콩, 누룽지 등의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가배울과 친구를 맺으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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