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① 우수농업분야 최우수상 최세란씨

▲ 광주에서 친환경 벼농사, 친환경 부추 등을 농사짓는 최세란씨는 2020년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 우수농업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활발한 영농·교육으로 2018년 후계농업경영인 선정
본인 명의로 출하하는 로컬푸드에 자부심

“가을은 내게 특별해요. 가장 힘든 시기이지만 수확의 계절이라 뿌듯하기도 하죠. 나락을 베고 수확한 벼를 차에 담는 순간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게 내가 빠진 농사의 매력입니다.”
2020년 제1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에서 우수농업 부문 1등을 차지한 최세란(31) 씨의 말이다.
일이 힘들다면서도 수확한 농산물을 보면 뿌듯하다는 것이 영락없는 농민의 마음이다.

호치민에서 온 천상 농부
최 씨는 2008년 남편 최덕진씨와 결혼하면서 베트남에서 왔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최 씨가 가장 놀란 것은 기계화된 한국의 벼농사였다고 한다.
“친정은 호치민에서 벼농사를 지었어요. 베트남에서는 모를 심을 때 모 하나씩 일일이 떼어야 하는데 한국에 오니 모판도 있고 대부분 작업을 기계로 해 손이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하고 농기계를 배워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이후 최 씨는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 관련 교육을 받았다. 현재는 광주광역시 운정동에서 이앙기와 기게차를 직접 몰며 1만여 평(3만4635㎡)의 친환경 벼농사를 남편과 함께 짓고 있다.
농사에 대한 최 씨의 열정은 남편 최덕진씨가 2016년 광주농협 조합원으로 가입한 뒤 빛을 발했다.
친환경 생산농가 교육, 로컬푸드 농업인 교육, 농업경영 교육 등 남편과 함께 교육을 받으러 다니며 농업인으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광주농협 정현숙 여성복지과장은 “최세란씨는 로컬푸드 출하자 교육을 받고 이후에도 보수 교육을 꾸준히 받을 정도로 열정적”이라면서 “생소한 용어가 많을 텐데도 교육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로 임하다 보니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뿐 아니라 작목반 활동도 열심이다. 최 씨는 벼·잡곡 작목반, 고추 작목반, 콩 작목반, 마늘 작목반 등에서 활동한다.
“농업인들끼리 정보를 교류하는 점이 가장 좋죠. 더욱이 밭농사는 시작한 지 얼마안돼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내 땅에서 자란 내 농산물     
이러한 열정 덕분일까. 최 씨는 2018년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됐다.
최 씨의 부모님은 최 씨가 후계농에 선정되자 농사와 육아를 돕기 위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농사지으면서 힘들었던 것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한국에서 농업경영인으로 인정받는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마을 어르신들, 통장님, 부녀회장님, 농협 등에서 도움을 줘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후계농업경영인이 된 최 씨는 2019년 4111㎡ 규모의 농지를 자신의 명의로 구입했다. 현재 그곳에 하우스 다섯 동을 두고 계절별로 고추, 열무, 부추 등 여러 작물을 재배해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 판매한다.
“밭농사를 시작하고 판로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로컬푸드매장에 출하하게 된 이후로는 농사만 지으면돼서 좋아요. 더군다나 제 이름으로 나가니까 재미있기도 하고요.”
출하실적 또한 점점 늘고 있다. 로컬푸드 첫 해에는 200여만 원 하던 실적이 올해에는 7월 기준 2000여만 원을 달성한 것이다.
“친환경으로 하다 보니 힘이 조금 더 들긴 하지만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생각에, 매주 들어오는 출납대금 보는 재미에 요즘 농사가 아주 재미있어요.”

멘티에서 멘토로…
최 씨가 영농활동에만 열심인 것은 아니다. 2016년 남편이 농협 조합원이 되면서 농가주부모임에서 활동 중인 시어머니의 권유로 농가주부모임에도 가입해 활동 중이다.
“농사만 짓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은데 이러한 모임이 있어서 어머님들하고 대화도 하고 도움도 많아 받아요. 이야기하다 보면 농사기술 같은 것도 새롭게 알게 되고요. 경로당 청소나 김장봉사도 함께 하고 나면 제가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최 씨가 말했다.

광주농협 정현숙 과장은 “어르신들이 세란씨를 보며 마을 복덩이라고들 해요. 자녀도 셋이나 둬서 아이들 웃음소리에 활기가 돌거든요. 이민여성들이 오면 바깥출입을 잘 안해 더욱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데 최 씨의 경우 평소 활발한 성격에 농주부 모임까지 가입하면서 농협에도 마음을 연 것으로 보입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 씨는 3년 전부터는 이민여성 1:1 농업교육에서 멘토로도 활약 중이다. “다른 나라에 와서 농사일을 한다는 게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시간만 되면 이분들에게 더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정 과장은 “불과 3~4년 전에는 멘티로 교육을 받던 최 씨가 멘토가 돼 영농작업을 지도하고 상까지 수여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다”며 최 씨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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