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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로 무분별한 세계화에 맞선다■ 기획연재 - FTA시대 우리농업, 여성의 힘으로 지킨다
엄윤정 기자  |  uyj44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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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3  14: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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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시대엔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여건상 전자 ․ 자동차 ․ 반도체 산업은 FTA에 따른 수출 증대 등이 기회요인으로 희망이 되겠지만, 산업기반이 약하고 고령화된 한국 농업은 농산물 수입 개방화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어 FTA의 희생양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국내 농업도 세계화 개방화의 거스를 수 없는 환경변화 속에서 국내 농식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큰 과제와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농촌여성신문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FTA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고 FTA를 활용해 국내산 농식품과 가공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성과를 이뤄낸 선도 여성농업인들, 또 FTA에 대응해 국내산 농산물 소비촉진에 힘쓰며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 향상에 앞장서는 여성농업인들의 활약을 10회 시리즈로 소개해 여성농업인들이 FTA시대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⑨ 소비자 사로잡는 로컬푸드 꾸러미

소농의 생산물을 도시 젊은 소비층이 소비하도록
로컬푸드 통해 로컬경제 구축하는 게 필요

로컬푸드란 장거리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말하는데, 흔히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칭한다.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로컬푸드는 언택트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먹거리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접촉을 가장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안전하고 가장 신선하며 영양가가 높은 상태에서 바로 먹을 수 있어 건강에도 이롭다. 로컬푸드는 식량안보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 매주 지역의 시장을 찾아 로컬푸드꾸러미를 선보이고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신제품도 개발한다.

우리나라 로컬푸드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의 농협 로컬푸드직매장만 해도 400곳이 넘을 정도다. 18년 가까이 지역농산물과 주민을 연결해 온 경기남부두레생협 역시 조합원 1만 4000명에 온·오프라인 매장을 10개나 운영 중인 성공적인 로컬푸드 기업이다. 최근 ‘로컬푸드 꾸러미’사업과 ‘시민시장’사업으로 새로운 로컬푸드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 지역에서 자란 신선한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농산물 꾸러미들

오랜 기간 로컬푸드의 현장에서 활동해 온 경기남부두레생협 한상운 본부장은 “아무리 FTA의 파고가 우리를 흔들더라도 먹거리 산업인 우리의 농업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로컬푸드는 단순히 소비자가 건강한 먹거리를 얻는 수단이 아닌 농업이라는 뿌리를 지켜내는 숭고한 활동이다”라고 한다.
경기남부두레생협은 기존의 생산자에 중심을 둔 로컬푸드에서 시선을 소비자로 돌려 접근한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로컬푸드 꾸러미’를 기획해 신선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생산은 소농이 하고 소비는 젊은 층이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로컬푸드꾸러미’는 특히 장을 보거나 음식을 할 시간이 없는 젊은 층의 반응이 좋다.

“시민시장을 하면서 안산지역 도시의 젊은 소비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지역의 농산물이 아무리 좋아도 대량구매는 불편해 했고, 특히 재료의 손질과 음식장만을 하는 시간이 자신만의 저녁시간을 뺏는 것에 대해 젊은 소비자층은 무척 회의적이었다”며 “그래서 로컬푸드의 첫 구성품을 된장찌개 꾸러미로 구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식만들기를 귀찮아 하는 젊은층이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았다. 간편한 된장찌개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았고 이에 된장찌개에 들어갈 호박, 오이, 고추, 파 마늘 등 모든 재료를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 ‘반손질’된 상태로 공급하게 됐다.”고 말한다.
농산물을 세척하고 적당한 크기로 손질한 상태의 로컬푸드꾸러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설이나 설비, 인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했는데, 이는 안산의 지역자활센터인 ‘요리조리사업단’의 도움을 받고 있다.

물론 로컬푸드꾸러미사업에 들어가는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안산 대부도 ‘고랫부리섬생태관광마을협동조합’도 직접 꾸러미에 들어갈 구성품을 직접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등 꾸러미 코디로서의 역할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 로컬푸드꾸러미 생산농가 – 대부도고랫부리섬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

   
▲ 대부분 고령농인 대부도의 주민들은 매주 함께 모여 꾸러미 작업을 하며 건강도 챙기고 고부가수익도 창출한다.

고령 노동력으로 부가가치 창출하는 ‘언니들’

“내가 먹으려고 지은 농산물로
  꾸러미 만드니 뿌듯해요~”

대부도고랫부리섬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은 2015년부터 사회적 경제를 차근차근 준비해 온 마을공동체기업이다. 붉은 해당화와 초록 염생식물이 지천으로 펼쳐진 천혜의 청정지역에서 평생을 바다와 흙과 함께 살아온 마을 어르신들이 지친 도시민들을 바다와 같은 넓은 품으로 품어주는 착한 마을기업이다.

“당근, 가지, 고추, 파 이것저것 12가지 정도 농사져요. 내가 먹으려 조금씩 텃밭농사 짓는 건데 반은 먹고 반은 남으니까 남는 거 팔면 현찰 생기고 좋지요 뭐.(웃음)” 평생을 농사지으면 살아온 대부도의 ‘언니’들은 안산지역에 보내는 꾸러미를 만들며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못생겼어도 농약 안 친 농산물이에요. 대파도 잘 다듬고 감, 포도 꼭지 정리하고 깔끔하게 내 새끼처럼 예쁘게 포장해서 꾸러미 만드니 뿌듯하고 매주 이렇게 모여서 만드니 사는 재미도 있어요.” 작업장에 활기가 넘친다.

   
▲ 로컬푸드꾸러미 작업

대부도고랫부리섬생태관광마을 협동조합 강정미 이사는 “처음 시작은 갯벌마켓이었다. 대부도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안가에서 소소하게 농산물을 팔아 ‘용돈벌이’에 재미를 느낀 마을의 어머니들이 자발적으로 꾸러미 사업에 참여하게 됐고, 매주 안산지역에 납품할 꾸러미를 만들면서 부가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대부도는 고령자가 75%에 육박하는 대표적인 농업지역이다. 노인의 복지와 치유에 이만한 사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꾸러미 사업에 어르신들이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로컬푸드 꾸러미사업의 장점을 이야기 한다.
평생을 땅에서 농사지었지만 이제는 고령농으로 사회에서 소외될 수 있는 어르신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로컬푸드꾸러미 사업은 약자를 농업의 힘으로 끌어안는 사회적농업과도 맥을 같이 한다.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대부도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소농이다. 본인들이 자급자족하고 남은 잉여농산물을 소비해야만 한다. 도시의 소비자들이 소비해 주지 않는 잉여농산물의 손해는 고스란히 소농들이 떠안게 된다. 로컬푸드꾸러미사업을 통해 소농의 농산물이 완전소비 된다면 지역경제도 분명 활성화될 것이고 농촌의 활성화는 FTA시대 우리 농촌을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강정미 이사는 “양파가 20개 부족하다고 하면 지역의 농가들이 바로 모여 양파를 손질해 신속하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면 좀 더 체계적으로 지역의 농가를 조직해 생산할 것이다”라며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한 꾸러미나 밀키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판로가 확보되면 그 안에서 어르신들은 활기차고 건강한 노동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다.

일본의 고베지역에서는 도시의 중앙공원 한복판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 9시 생산자들이 생산품을 가져와서 판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시장의 모든 콘셉트를 맞췄다. 디자인, 결제방식, 트럭디자인, 매장구조, 동선과 기타 콘텐츠 등을 젋은 층을 대상으로 맞췄다. 경기남부두레농협 역시 기존의 로컬푸드 모델에서 벗어나 앞으로 보다 더 넓은 의미의 로컬경제를 창출하려 한다. 생산과 소비 그리고 유통을 전부 묶어서 로컬경제를 구축하는데 의미를 두고자 지역장터를 통해 로컬푸드꾸러미를 계속 알리고 제품을 좀 더 다양화할 예정이다.

강 이사는 “로컬푸드꾸러미는 전체적으로 무분별한 세계화에 맞서 전통의 농업을 지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사업이다. 특히 고령농이 일을 하면서 건강을 찾을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복지이고 치유다”라며 “단지 마켓, 판매장,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활동을 통해 복지와 환경분야에 선순환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인터뷰 - 경기남부두레생협 한상운 본부장

“업그레이드 된 꾸러미 사업 펼칠 터”

경기남부두레생협은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 경제모델 발굴지원사업’으로 경기도 안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컬푸드꾸러미를 기획했다. 한상운 본부장은 지속적으로 로컬푸드 꾸러미 사업을 체계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꾸러미를 나눠주며 설문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 설문조사 결과는 어떤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생활로 사람들은 먹거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역에서 생산한 싱싱한 식재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도시의 소비자들은 ‘반손질’된 농산물로 건강과 비용 그리고 시간의 접점을 찾으려 한다.
각종 재료가 손질된 된장찌개 키트와 3첩 반상 꾸러미가 인기를 끈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 안산지역 로컬푸드의 특징이라면?
안산은 재배단지가 발달해 있다. 안산은 인구 70만에 이르는 소비지인데다 대부도 등 농산물 산지가 넓어 로컬푸드꾸러미사업의 적합지다. 완주도 로컬푸드가 활성화 되고 있지만 완주가 생산에 공을 들인다면 안산은 전북 완주보다는 소비가 강점이다. 20~30대의 무한한 소비 가능성은 로컬푸드사업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농촌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가 마치 유럽의 어느 장터에 온 것처럼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로컬푸드를 접한다면 기존의 단선적인 로컬푸드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로컬경제를 구축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로컬푸드꾸러미의 의미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지친 지역주민에게 시간적 여유와 건강을 선물할 수 있다고 본다. 근거리의 농촌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도시의 젊은 소비층은 소농을 살릴 것이고 농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것이다. 앞으로 직접 해먹기보다는 가공식품, 반조리식품을 선호하는 수요를 위해 로컬푸드꾸러미를 이용한 ‘찹스테이크’, ‘야채와 함께 라면’, ‘김장김치 꾸러미’ 등도 기획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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