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창...결혼이민여성들에게-유연숙(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 유연숙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정읍 황토현농협(조합장 김재기)은 2020년 결혼이민여성 단계별 농업교육을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와 함께 실시하고 있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유연숙 정책부회장이 지난 10월19일 초청강사로 나서 결혼이주여성들과 교감하며 생활의 지침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줘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 내용과 소감을 소개한다.

결혼이민여성 부부 대상의 강의라 생활에 도움이 되고, 농촌생활에 꼭 필요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대상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해 주제 잡기가 어려웠지만 농협에 대한 이해보단 농촌생활과 한국생활의 길잡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많은 시간 고민했지만 먼저 그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보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한국 생활에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세요”

힘든 점을 먼저 얘기해주면 도울 수 있는 일은 힘껏 돕겠다는 내 마음이 닿았는지 한두 명씩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한국 사람들과 차별을 느낀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농기계임대사업에서 순위가 밀린다. 관정 신청 사업을 했는데 이장이 적극 도와주지 않는다.’ 등등.

작은 불편들이 그들에겐 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불편은 아직 한국어 대화가 능숙하지 않은 점을 많이 얘기했다. 결혼이민여성들은 좀 더 심도 있는 한국어 교육을 원하고 있었다. 또 정부 여러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결혼이민여성들을 위한 교육이 다양해 중복되는 교육도 많고, 여러 곳에서 참여하라 하니 어느 한곳에서 담당해줬으면 하는 제안도 있었다.

더듬더듬 말해도 같은 여성농업인이라서 그런지 좀 더 솔직하게 얘기를 털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유연숙 회장이 황토현농협에서 열린 결혼이민여성 단계별 교육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들이 우리 농업농촌에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됐다. 농촌의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것도 결혼이민여성이고, 나이차가 많은 남편과 열심히 농사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도 농촌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난 그들에게 “스스로 우리 농촌의 여성농업인으로 당당히 자부심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는 같은 농업인이다”라고 용기를 주었다.

선진국가일수록 다양성을 수용한다. 몇 해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공항에서 다양한 인종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이룩한 강대국의 모습을 확인한 적이 있다. 우리도 결혼이민여성들을 농촌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더 배려하고 화합하며 문화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줘야 더 선진농업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독립심 키워야

결혼이민여성들에게 남편을 믿고 한국 농촌에 왔지만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정신적 독립을 이루라고 충고했다.

“부모님 모시고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고, 미래의 세상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세상이어서 SNS 등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나의 충고는 사실 나 자신이 이제껏 살면서 몸과 마음으로 겪고 느낀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다.

여성농업인들이 목소리 높여 얻어낸 여성농작업 편이장비 확대보급, 임산부친환경꾸러미사업 등과 같이 결혼이민여성들도 그들의 얘기를 꺼내야 한다. 그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당국 등에 전달하는 역할은 선배 여성농업인들인 우리들의 몫이다.

농촌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결혼이민여성들의 어깨를 감싸 안고 함께 걸어가는 길에 농촌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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