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고흥‘살래다농장’김정순 대표

독일유학 11년 만에 귀농해 전통장 제조만 12년째

전남 고흥군은 남도의 끝자락으로 2읍 14개면이 모두 바다와 접해 ‘고흥반도’라 불린다. 고흥군 포두면은 동쪽으로 해창만을 끼고 있어 고흥군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 이곳 포두면의 마복산은 고흥의 기세와 기질을 대변하는 명산으로 꼽힌다.
마복산은 다도해와 어울려 꽃보다 아름다운 기암절경으로 유명하다.

전남대 철학과 커플로 화제,
지금은 귀농전도사로 화제

그런 마복산 깊은 자락에는 각종 전통장을 담그며 생태철학을 실천하는 독일유학파 귀농부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살래다 전통장’ 김정순 대표(55)는 전남대 철학과를 나와 독일유학 중 어느 날 서두르듯 마복산 자락으로 귀농을 했다. 김 대표가 그렇게 간장, 고추장, 된장, 청국장 등 전통장을 담근지 13년째. 김 대표의 농원에 들어서는 순간, 수백여 개의 각양각색 항아리들이 황홀한 장관으로 반긴다.

“갑작스런 귀농 결정은 한순간이었어요. 남편이나 저나 유학생활이 맞지 않는 체질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다 유학 중에 아이들을 갖다보니 육아와 살림이 가슴한쪽에 스트레스로 남았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막연히 자연을 생각하게 됐고, 또 아이들도 더 자라기 전에 한국에서 키워야 된다는 생각에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 같아요.”
김 대표는 고향이 전남 무안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지금의 남편 이승원씨(57)를 만났다. 대학시절 주변 친구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 몸에 받던 캠퍼스 커플이다.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 2002년 귀농할 때까지 11년간 독일에서 철학자의 꿈을 펼쳤다.

“준비 없이 무작정 이뤄진 귀농이다 보니까 처음부터 어려움이 컸어요. 구입한 토지도 비옥하지 못해서 일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10여년이 된 지금에서야 농사도 삶도 조금씩 안정감을 찾은 것 같네요.”
“우리 부부는 크고 작은 농사교육은 물론, 지역의 행사 등을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김 대표는 귀농 11년차 되던 지난 2018년 전국 강소농 우수사례 발표 대회에서 고흥군 대표로 ‘우수 강소농’에 선정됐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전남 도지사품질인증도 취득했다. 살래다전통장은 지난해부터 학교급식 납품도 이뤄지고 있다. 고흥군 특산품 매장과 직거래장터, 박람회, 농수산물직판장 등 김 대표의 전통장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이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을주민, 여성농민회 등 연계해
체험장 운영에 정성들여

김 대표는 또한 ‘고흥 온마을학교 사회적협동조합’과 연계한 상시체험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살래다전통장은 판매 못지않게 고객들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에 더 정성을 쏟고 있어요. 학생이나 직장인은 물론이고 여성농민회와 연계해서 지역민을 위한 전통장 만들기, 그리고 순천별량마을학교와 연계한 전통장 만들기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장의 모든 생산과정과 그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이 목표지요.”

김 대표는 귀농의 성공요인으로 화합과 소확행을 들었다. 당장에 경제적 풍요를 기대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귀농이 자연의 낭만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농촌은 문화와 복지, 교통 등 많은 것들이 도시보다 열악합니다. 그럼에도 여유를 찾고 함께 나누려는 마음들이 귀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만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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