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 어린이의 희망하모니 지라니합창단

 

쓰레기 줍던 아이들, ‘희망의 노래 부른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날아온 아이들. 난생처음 경험하는 겨울 추위에 몸은 움츠러들지만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까만 피부에 하얀 눈동자, 보고만 있어도 탐나는 해맑은 미소가 보는 이의 가슴에 행복을 수놓는다.
‘희망’이 있어 행복한 아이들, ‘지라니합창단’은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영혼을 울리는 맑은 목소리로 공연마다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잠보(안녕 케냐)’를 부르며 해맑게 웃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 사람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감동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세상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단 하나의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표정은 더없이 맑았고, 목소리는 더없이 고왔다. 공연장에는 여느 클래식 음악회나 합창단 공연과 달리 감동과 웃음,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을 노래
아프리카의 케냐는 수려한 자연으로 잘 알려진 나라이자, 세계 10대 불평등 국가 중의 하나이다. 부의 편중과 에이즈 감염률, 의료 불평등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 3대 슬럼가 중 하나인 고로고초 마을, 스와힐리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이 곳은 도시의 온갖 쓰레기들이 밀려드는 최하 빈민촌. 
2006년 8월 케냐 나이로비 인근의 슬럼가 고로고초를 방문한 임태종 목사와 지라니문화사업단은 빈민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지라니합창단(‘지라니’는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이라는 뜻)을 창단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음악가로 김재창 예술감독을 선임, 고로고초 지역 및 인근 지역 슬럼가에 있는 약 20여 개 학교를 두루 다니면서 오디션을 실시한 결과 400여 명의 아이들이 몰려 현재 100여 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라니합창단은 모인 지 2개월 만에 케냐 국립국장에서 나이로비 주재 한국대사와 케냐 문화관광부장관 외에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창단공연을 개최했다. 그리고 2007년 6월 1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케냐 자치정부 수립기념행사에 초청되어 공연을 펼쳤다.
표정 없던 얼굴에는 웃음이 돌아왔고, 고운 목소리만큼 고운 꿈이 여기저기서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던 아이들이 ‘내일’이라는 말의 의미를 찾고 다시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세계 3대 빈민가 고로고초마을 아이들로 구성
창단 2년 만에 세계 최고의 무대 올라
‘음악’이 또 다른 ‘꿈’을 품게 만들어

 

‘가난’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아
사람들이 지라니어린이합창단에 놀라는 것은 단지 이들이 쓰레기 마을에서 자랐기 때문은 아니다. 사람들이 놀라는 진짜 이유는 바로 ‘노래’이기 때문. 창단한 지 1년밖에 안 된 합창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나 훌륭하게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갖는 오해라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노래를 매우 잘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춤은 되는데 노래는…” 처음 현지에서 합창단원 모집에 나서고 오디션을 진행하는 일부터 참여한 지휘자 김재창 예술감독은 “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도레미…도 모르고 학교에서 음악 교육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김재창 감독의 첫 과제는 아이들과 눈 맞추기. 빈민가 출신으로 자신감도 전혀 없고 자포자기한 듯 소리가 기어들어가기만 하던 아이들에게 그는 희망과 자부심부터 심어줬다.
아이들 노래 교육과 훈련은 물론 실제 합창단 운영하는 일까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지금 지라니합창단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 발성은 유럽의 유명 어린이 합창단 보다 튼튼하고 음악성과 영적인 느낌에서 앞선다는 것. 다만 정확한 음계나 기교에서 약간 뒤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지금 고로고초마을의 아이들은 합창단에 너무 들어오고 싶어 오디션에 떨어졌음에도 계속 연습하러 오는 아이부터 성적이 떨어져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도 몰래 연습실에 나오는 아이까지 ‘음악’이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거리의 아이들, ‘세계 리더의 꿈’ 가져
지라니 합창단 어린이들은 합창단원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도둑질을 하거나 본드에 취해있던 ‘거리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노래를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고, ‘희망’을 갖게 됐다.
“처음 이 마을 어린이들의 눈에는 힘이 없었습니다. 지독한 가난함 그 자체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 합창단 어린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하기만 합니다.” 김재창 감독은 “지라니합창단에서 달라진 어린이들의 눈빛은 이 마을 어디를 가더라도 마주치는 다른 아이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한다.
아무런 희망이 없던 눈에 희망을 담았던 그들이, 세계적인 불황으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힘들어하는 이 때, 세상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이 지친 우리에게 큰 소리로 “아무 문제없어요!”라고 외친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절망은 없는 것처럼 여겨질 때,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둘러봐도 마음을 나눌 사람, 내게 귀 기울여줄 사람 하나 없는 것 같은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이 아이들을 기억하자. 당장 먹을 것이 없고 돈이 없어도 돌봐줄 부모가 없고 마실 물이 없어도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 있다.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은 새로운 희망을 절망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에의 힘을 주는 노래하는 검은 천사들인 것이다.

 


■  미니인터뷰 - 지라니 문화사업단 임태종 회장

 

“애국심 가르쳐 지도자로 키울 터”

빈민가 아이들에게 당장의 먹을거리가 아닌 ‘노래’를 선물한 이유는?
1990년부터 15년간 20여 빈민국가들을 방문하면서 가슴 저미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픔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경험에 점점 가슴이 무디어지는 중에 2005년 12월 케냐 나이로비 고로고쵸 쓰레기장에서 초점 잃은 눈으로 쓰레기를 주워 먹는 어린이를 발견했습니다. 그 옆에는 시꺼먼 돼지와 커다란 새들이 함께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죠. 10여 년간 구제활동을 하면서 본 가장 충격적이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이후 절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충격을 넘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압박으로 그 후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고로고쵸 슬럼가의 아이들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 하고, 공부를 하고 싶지만 학교의 문턱에도 가볼 수 없으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이렇듯 그 아이들에게는 ‘음악’이란 말은 삶에 있어 전혀 상관없는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저 아이가 희망을 노래한다면, 스스로 인간의 가능성과 가치를 회복하고 그것을 노래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노래가 모든 이의 가슴에 울려 퍼질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복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라니합창단이 빈 소년합창단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어린이합창단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지라니는 스와힐리어로 좋은 이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희망’을 알게 된 아이들이 다시 음악으로 ‘희망’이란 메시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가난’이란 동정의 단어가 아닌 당당히 ‘음악적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아이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럽무대에서 아름다운 기적을 선보일 것입니다.
더불어 이 아이들이 미래의 아프리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이번 두 번째 한국 순회공연 역시 중등 교육 기관이 전혀 없는 케냐 단도라의 고로고쵸 지역에 중등 교육기관 건립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희망의 노래가 중단되지 않도록 여러분의 노래가 되어 노래하길 원합니다. 그래서 희망의 노래가 지구촌 곳곳에 울려 퍼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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