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88)

"패션이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10%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

역대급 장마로 엄청난 피해가 났다. 북쪽의 찬공기가 좀처럼 물러나지 않으면서 장마가 길어졌고, 때문에 침수 피해가 폭발적으로 커졌다고 했다. 한마디로 지구의 온난화가 몰고 온 사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도가 자연현상으로만 1만년 동안 4℃ 높아졌으나, 인간들이 지난 100년 동안에만 무려 1℃를 높여놓았다고 지적한다. 최근 들어 더욱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개발이란 미명아래 자연을 무자비하게 훼손하고, 산업화와 편리함 추구를 위해 일회용품 같은 화학제품들을 양산해 내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메탄, 이산화질소, 염화불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들이 지구온난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의 온도변화 속도가 지구의 평균치를 앞지르고 있다는 심각성이다. 기상청이 환경부와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지구적 평균 지표온도는 0.85℃ 오른 반면, 우리나라는 19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1.8℃ 올랐다. 한국의 지표온도가 지구 평균치보다 배 이상 올랐다는 말이다. 그렇게 21세기 말 우리나라 지표면 온도는 2.9∼4.7℃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한반도 연평균 기온과 해수면의 상승 속도가 전 지구 평균치보다 빨라, 21세기 말(2071~2100년)에는 폭염일수가 3.5배 증가하면서 더 이상 사과를 재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연구기관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부산 해운대의 경우 해일이 내륙까지 밀려들고, 강물도 빠져나가지 못해 주변 수백 미터가 물에 잠긴다. 도심 도로는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공항도 바닷물이 공항 전체를 뒤덮으면서 항공기들까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했다. 침수피해 역시 광범위해져, 전북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지역은 서울의 약 10배 면적이 물에 잠기고, 인구가 많은 서울도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물이 들어찰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지구온난화가 문제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해가지 않는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패션이 지구온난화 가속화 원인에 10%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과잉생산에 재고들이 쌓이고, 만만하다고 정신없이 산 옷들의 처분 과정에서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석유·석탄을 원료로 뽑아낸 합성섬유들로 만들어진 의류들이 썩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이 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는가 하면, 버려진 옷들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싸다고 마구 사지 말 것이며, 가능한 한 오래 입고 나눠 입고, 할 수 있다면 자연에서 썩어 분해될 수 있는 천연재료의 옷을 만들고, 입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온난화 문제는 이제 인류 생존차원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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