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장마와 기록적 폭우에 피해 극심

국가 재해대책․지원체계 대대적으로 손봐야

역대 최장의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중부지방 장마가 8월16일쯤 종료될 예정이어서 6월24일부터 시작된 장마는 무려 54일이나 계속되며 최장기 장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장마기간에 전국 각지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재산과 인명피해가 극심했다. 특히 농산촌의 피해가 커 13일 현재, 침수와 낙과, 유실·매몰 등 총 27,932㏊의 면적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물을 머금은 산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저수지와 제방, 도로 등도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민가와 농토를 휩쓸어버렸다. 이로 인해 논 22,304㏊, 채소 1,638㏊, 밭작물 1,010㏊, 논콩 792㏊, 과수 392㏊ 등이 침수됐고, 유실·매몰 면적도 972㏊에 달했다. 산사태와 집중호우에 휩쓸려 많은 가옥이 파괴되거나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경기도 안성과 충북 충주, 가평, 진천, 전남 무안, 경남 거창 등지에서 농업인 6명이 이번 집중호우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피해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이재민 지원에 나섰고, 민관 할 것 없이 피해지역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는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불가항력이었다는 하소연과 함께 일부에서는 홍수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후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상시화돼 폭염과 가뭄, 폭우 등 기상이 예년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생전 처음 겪는 물난리’라는 피해자들의 한탄이 빈말이 아님을 이번 호우피해가 보여주고 있다.

올해와 같은 호우피해가 또 언제 닥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천재지변의 기상재해이지만 향후 이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사태 예방에 큰 역할을 하는 사방댐 건설을 더 확대하고, 저수지나 댐 관리도 최근의 기상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농산촌 지역에 확산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산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호우사태를 계기로 기상재해 관련 예산과 관련사업을 확대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 책정이 아닌, 국민의 재산·인명과 직결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지원하는데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이상기상이 상시화되는 만큼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기준을 상향하고, 농업인들도 재해보험에 적극 가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장마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이젠 피해복구와 향후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일 때다. 정부는 더욱 꼼꼼한 기상예보와 위험경보체계를 갖춰야 하고, 재난관리체계도 다시 손봐야 한다. 천재(天災)가 인재(人災)로 이어지지 않도록 더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민들도 수해를 당한 이재민들과 아픔을 같이하며 피해복구에 손을 모아야 한다. 국난과 국가위기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나 하나로 뭉친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이것이 올 여름 긴 장마와 집중호우가 남긴 교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