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기 쉬운 여성농업인정책 - ⑧편이장비 활용

‘알기 쉬운 여성농업인정책 이야기’를 총 10회 걸쳐 연재한다. 여성농업인의 법적지위를 시작으로 여성농업인 대표성, 성 평등, 복지 등 다양한 활동에 연계된 여성농업인정책에 대해 농식품부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이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하며 여성농업인의 정책 체감도를 높인다.

■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화병, 이른바 흔히 가부장제를 참고 견딘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다. 미국 정신협회는 화병(hwabyeong)을 동양(한국)여성들이 속에 있는 불만을 참느라고 생기는 일종의 문화관련증후군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 여성에게 화병이 대표명사라면 여성농업인에게는 골병(骨病)이 대표명사처럼 붙어다닌다.
따라서 여성농업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사일의 노동경감을 통해서 골병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농사법의 개선과 농작업 도구의 개발이 필요하다. 농작업 장비를 통한 노동여건의 개선은 건강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농업이라는 직업의 매력을 높이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

# 여성농업인의 노동여건 개선 방안
2018년 실시한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 여성농업인들이 농사일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과중한 노동부담(24.2%)을 꼽았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단 순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그것은 여성농업인의 노동여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농사여건이 단시일에 해소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성농업인이 주로 하는 농사일의 특성에 기인한다.

농촌사회의 노령화로 농가 평균연령은 67세에 이르고 있고, 농사일의 계절적 집중도(농번기 단시간에 고도의 작업 집중)에 따라 특정시기에는 일손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 공백을 여성농업인들은 장시간 고된 노동으로 채우고 있다. 더구나 여성농업인들의 노동 자세는 주로 밭에서 쪼그려앉기, 허리숙이기 등의 자세로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누적되면 이른바 골병이 든다.

여성농업인들의 노동이 집중되는 영역은 밭작물로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면 여성농업인들의 노동여건 개선이 왜 필요하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다.
현재 농업생산 작목재배는 벼 중심에서 채소중심으로 확장돼왔고, 논농사의 기계화율은 98.4%임에도 불구하고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60.2%에 불과하다. 밭기계화율도 경운·정지 작업은 99.8%이지만 여성농민들의 손이 많이 가는 수확은 26.8%에 불과하다. 파종이나 이식작업은 9.5%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여성농업인들의 노동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씨를 뿌리고 심고, 풀을 메고, 수확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농기계(흔히 여성친화형 농기계)의 보급과 밭 경지정리를 통해서 기계사용이 쉬운 농작업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하고 반복되어온 농작업을 개선하기 위한 농작업 편이장비의 대대적인 보급이 필요하다.

# 농작업 편이장비 질병 24% 감소
농작업 개선을 위한 편이장비의 효과는 의외로 여성농업인의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림농업과학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허리받침 의자 등 간단한 농작업 도구들을 사용했을 때 24% 정도 질병감소 효과가 있다. 즉 작업도구만 제대로 활용해도 골병으로 가는 길을 완화시킬 수 있다. 쭈그리고 밭을 매는 대신 서서 제초를 할 수 있도록 작업장비를 개선하고, 허리를 숙인 채 반복적으로 하는 고추따기, 제초 등의 작업을 허리받침이 있는 안순이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다면 여성농업인들의 농작업 여건은 약간 불편하더라도 골병을 막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도대체 어떤 농기계가 있는지 잘 모를뿐만 아니라, 손에 익은 오랜 관행을 고령농들은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농식품부에서는 올해 교육과정으로 ‘농작업 여건개선 영농코디네이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부여, 영광, 여성농업인센터협의회). 나주시에서도 교육과정이 있다. 이번 교육은 마을을 순회하는 찾아가는 교육으로 실시할 예정이고 향후 젊은 귀농인들이나 청년 여성농업인 희망자들과 마을민이 만나는 세대공감형 일자리로도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다.
농가 평균연령 67세, 컴맹 인구가 많은 현실에서 정보의 보급과 새로운 농작업 도구의 보급은 젊은 여성농업인과 고령 여성농업인 세대의 공감을 확산하는 새로운 융합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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