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명 구절 중 하나다. 1930년대 말 미국의 경제 대공황과 극심한 가뭄, 모래폭풍으로 농민들은 폐농을 하고 빚더미에 앉게 돼 서부 캘리포니아를 향한 대이주를 한다.

이주민이 계속 밀려들자 캘리포니아는 일자리는 줄고 품삯은 점점 떨어져 주인공인 톰 조드의 가족이 기대했던 약속의 땅은커녕 굶주림과 분노로 가득 찬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산업화 과정에 젊은이들이 농촌을 등지고 일자리를 찾아 서울 등 대도시로 이주하던 1970년대 한국의 열악한 농촌현실을 다시 보는 듯하다.

지금은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특히 농촌은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노동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일손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농산물 소비 위축과 가격 하락은 농가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최근 과수화상병 등 재해로 인한 농민들의 고충은 더욱 심각하다. 농촌 못지않게 도시문제도 심각하다. 코로나 경제위기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집값 폭등으로 집 없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농촌의 일손부족, 도시의 실업문제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이다. 분노의 포도가 아닌 희망의 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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