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양적인 프로그램 위주의
농촌체험관광이
이제는 질적인 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별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체험전략이 필요하다."

▲ 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농업6차산업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농촌관광산업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필자가 그동안 농촌관광산업에 매진해온 몇몇 농가들에게 최근 상황파악 겸 위로의 전화를 해 보았다. 한결같이 어려운 경영 실정을 하소연하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가 막막하단 답변이었다. 그동안 투자한 체험·교육시설비도 문제지만 계속 투입돼야 할 관리비도 만만찮다고 말한다. 또 함께해온 협력체험농장들의 농업경영도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될 시점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많은 체험객의 방문으로 시끌벅적 했을 체험장엔 적막감만 가득하다는 안타까운 얘기들뿐 이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농촌관광에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발상전환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위기의 국면은 항상 새로운 전환기를 촉발시킨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농촌체험관광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견된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외국여행 감소로 국내관광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힐링여행을 위해선 치유공간인 농촌으로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아질 것이며 농촌이 더욱 안전한 휴양지가 될 수 있도록 깨끗하고 철저한 방역조치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상상력과 영감을 키우는 데 농촌만한 곳이 없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촌은 창의력을 함양하는데 무한한 상상공간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어본다. 르네상스 화가이며 천문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들로 산으로 마을의 자연을 접하는 일상생활을 보냈고, 창조적 융복합인재로 성장해 나가는데 큰 밑바탕이 됐다고 한다. 이처럼 농촌의 가치는 다양한 방면에서 농촌관광체험의 촉매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휴가철에만 농촌을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연중 농촌관광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여겨진다. 이런 분산적 체험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운영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전에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황토찜질방도 이제는 한 두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시설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몇 년 전 일본 아오모리 버찌체험농장에서 경험한 1~2명씩 들어갈 수 있는 황토찜질방체험은 만족감이 커서 아직도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지금까지의 농촌체험관광이 양적인 프로그램 위주였다면 이제는 질적인 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별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체험전략이 필요하다. 콘텐츠 전략을 탄탄하게 짜서 알찬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 체험행사에도 개인별 공간거리 확보가 필요할 것이다. 강원도 홍천열목어마을의 약초족욕체험도 야외에서 개인별 2m간격을 두고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선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하는 체험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농작물 심기나 수확체험 등 실외체험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해보면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대응하는 다양한 농촌체험관광 전략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할수록 우리에겐 농촌다움의 숭고한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더욱 필요하다. 대자연의 청량한 기(氣)를 흠뻑 들이마시며 미식과 치유, 그리고 진정한 힐링이 되는 그런 넉넉한 농촌공간은 더욱 소중해 질 수 있다. 농촌체험관광의 중요성을 거듭 인식하고 소규모단위의 맞춤식 추진전략을 펼쳐 나가보자. 희망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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