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생태계 복원 위해 용도 없어진 보 철거 서둘러야 한단 입장

▲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장기 미사용 농업용보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환경단체들은 수생태계 복원을 위해 철거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용보 철거 시 하천 건천화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농경연 조원주 부연구위원 “장기 미사용 여부 조사부터”

그린뉴딜 바람을 타고 현재 1만7955개에 이르는 전국의 농업용보 중 상당수를 수(水)생태계 복원을 이유로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하천에 존재하는 농업용보가 농업용수 공급이란 본래 목적은 상실한 채 방치되고 있어 철거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의 양대축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이같은 목소리가 더 큰 추진동력을 얻게 됐다. 물론 그린뉴딜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크지만 이가 농업용보의 대대적 철거로 이어질 경우 농업인들의 큰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과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 주최로 열린 ‘장기 미사용 농업용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환경운동연합 신재은 생태보전국장은 “농업용보 중 용도가 없어진 보가 3826개, 기능이 파손된 보가 5857개에 이르며, 서울의 중랑천, 성남의 탄천처럼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설치됐지만 대규모 개발로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방치된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기 고양의 곡릉천 곡릉2보는 2006년 철거된 이후 어종 증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이 낮아졌으며, 울산 태화강 방사보도 철거 이후 비슷한 복원효과가 나타났다며 생태복원을 위해서라도 철거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상헌 소장 역시 “용도가 없어진 보 철거는 그린뉴딜 사업 일환으로 편입시켜 7월에 나올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거기다 한발 더 나아가 4대강 보 철거도 그린뉴딜 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4대강에 설치된 보 철거를 두고 농업인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장은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은 4대강 보 철거를 저지하기 위해 철거계획 수립 시 농어업인 의견 수렴을 포함시키는 하천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 의원은 “법적 근거 없이 국가기반시설인 보를 무분별하게 철거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원주 부연구위원은 보 철거가 생태복원에 긍정적 역할만을 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보 자체만 보면 철거가 수생테계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를 농업용수 공급이란 측면으로 보면 보가 없어지면 상류에 더 많은 농업용 저수지를 건설해야 해 하천이 마르는 건천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농경지는 주로 물을 인공적으로 공급하는 관개(灌漑)방식이 많아 농업용 저수지에서 수문을 닫아 하천이 마르는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일본처럼 농업용 저수지에서 하천으로 물을 흘려보내 하류의 농업용보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함으로써 하천유지와 환경용수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철거사업이 아닌 정비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 부연구위원은 주장했다. 이에 앞서 농업용보 중 실제로 오랜 기간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체계적인 조사와 신뢰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부연구위원은 “식량생산 극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농어촌정비법’이 농업용수 공급에만 치중돼 있어 농업용수의 미흡한 관리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부 노희경 수생태보전과장은 “하천 수생태계 연속성 회복을 위해 국토부, 농식품부, 해수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보 등의 구조물를 관리할 가이드라인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결과가 나쁨 등급 이하 하천에 설치된 보는 용도를 상실한 경우 해체 또는 개선, 기능이 유지된 경우 어도 설치 등으로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 철거 시 농업인들의 반발이 클 수 있어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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