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고객을 마주하는 자세 변화
그것이 ‘농촌관광이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법’이어야…

농장주의 경험․신념․철학이
함께 녹아나는 모습으로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본다.
그럴 때 고객과 나눌 것이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

▲ 김경미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는 BC(코로나 이전, Before Corona)와 AC(코로나 이후, After Corona)로 나뉜다고 할 만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수많은 생명이 생사를 넘나들었다.
아마 코로나 이전과 이후라는 말도 언젠가는 공통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다른 용어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가치들의 변화, 늘 우리 곁에 있어서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상의 삶과 행동방식이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고 바뀔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바로 우리를 코로나 이전으로 돌려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적극적 행정조치가 한창이던 4월 중순 농가맛집 등 농촌지역 외식사업장과 농촌교육농장의 방문객은 급감했고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다.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따르면, 관련 사업장 중에서 운영을 중단한 사업장이 4월 중순에는 440곳(77.3%)이었다가 조금 완화되던 4월 말에는 68.9%, 5월 초에는 61.3%로 중단 사업장이 점차 회복되는 추이다. 수입은 전년대비 평균적으로 약 60% 이상 감소됐다. 아예 손님을 받지 않고 중단한 곳도 있다.

사업장을 운영하는 농가에서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학교수업과 연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수업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이를 키트로 제작하거나 동영상으로 제작해 활용하기도 했고, 다른 수입원으로서 농산물과 가공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생활속 거리두기 지침을 만들어 안내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노력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체 중심에서 개인고객 중심으로 대상을 전환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의 한 농촌교육농장. 이 농장은 농촌관광객도 많이 받았고 평년 같으면 대형 관광버스가 줄줄이 들어오는데, 올해는 전면 취소다. 이 농장 체험수입은 전체 수입의 60% 정도를 차지하는데 예년 대비 상반기 수입은 전혀 없는 상태다. 야생화 판매 수입도 50% 정도 감소했다. 이 농장에서는 그래서 고객을 앞으로 단체 중심에서 개인고객 중심의 맞춤형 치유농업으로 전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심리학을 공부했던 농장주의 경력이 도움이 됐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연계해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 중이다. 농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환경과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다양한 자원을 가진 이 농장은 농장주의 경험과 접근 방향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고객이 편하게 쉬고 마음을 재충전 할 수 있도록 꾸미는 과정에서도 농장 가족의 참여와 치유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서로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고 부모 세대와 농장주 세대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은 채 어른이 되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서 유년의 나를 만나 나의 맘 속 깊은 곳에서 인식조차 못 했던 상처를 드러내고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풀어가면서 나 자신을 안아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가정이 고객을 위한 공간 조성과정에서 서로를 꺼내고 이야기하고 서로 안아주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진정성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고객을 마주하는 자세의 변화, 그것이 바로 ‘농촌관광이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법’이어야 하지 않을까? 농장주의 경험과 신념과 철학이 함께 녹아나는 모습으로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본다. 그럴 때 우리는 고객과 나눌 것이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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