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시행된 환급품목 확대는 찔끔찔끔

▲ 농기자재 부가가치세 환급은 농업인 입장에서 경영비를 줄여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문제와 직결된다.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없음)

양파·마늘망 면세…배추·양배추·옥수수망은 안돼
코로나19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됐지만 농업은 예외

“어떤 건 면세고, 어떤 건 세금 내야 되고, 무슨 복불복도 아니고 말이죠.”
농기자재 부가가치세 환급을 두고 강원도 A지역 농협 조합장의 말이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105조 2항에 의하면 농·임·어업에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기자재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품목의 부가가치세는 사후 환급을 해주도록 하고 있다.
 
2002년부터 시행된 환급제도는 현재 일반자재류 21품목, 동물약품류 1품목, 농기계류 13품목, 축산기자재류 25품목 등 총 60개 품목이 대상으로 분기마다 농업인이 관할 농·축협의 대행을 통해 돌려받는 구조다. 환급액 규모는 2018년 1499억 원으로 2014년부터 14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비료와 농약을 제외하면 농기자재 시장규모는 약 3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부가가치세가 10%이니까 전품목을 다해도 3000억 원 정도로 절반 정도 품목의 부가가치세를 돌려받는 셈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고착된 인구 고령화, 지난해 개도국 지위 포기, 코로나19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한 영농환경이 악화일로임에도 농업인 입장에서 환급품목 확대는 그야말로 찔끔찔끔 늘어나고 있다. 이는 세수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가 환급품목 확대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이 문제에 대해 주도하지 못하다 보니 점차 쓰임이 많아지는 농기자재의 면세 대상 확대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폴리프로필렌 포대는 곡물 포장용은 세금을 돌려받지만 과실과 채소 등 농·임산물은 그렇지 못하다. 이앙용 멀칭종이도 논농사는 가능하지만 밭농사는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재질의 수확용 상자는 되지만 바구니는 안 된다. 또 양파와 마늘망은 되지만 배추, 양배추, 옥수수망은 안 된다. 이 정도면 거의 조삼모사나 마찬가지인 수준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업인은 “몇십 가지나 되는 걸 다 외울 수도 없고, 농협이 대신해 주지 않으면 세금 돌려받을 엄두도 못 낸다”면서 “솔직히 통 크게 다 돌려받을 수 있으면 경영비 부담도 줄고, 농협도 일거리가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환급품목 확대는 농기자재의 실질적인 가격인하로 이어져 수요증가와 생산업체 개발과 생산 유발로 산업 발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협 시설자재팀 이창환 차장은 “1~2가지씩 환급품목이 늘긴 하지만 어떤 해는 거르기도 한다”면서 “올해는 물꼬, 농산물 단끈, 난좌·패드·팬캡 등 과일포장 부속자재, 투명팩·스티로폼 등 포장용기, 작물 유인끈, 농작업용 손수레 등 6품목 추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품목 확대말고도 다른 산업분야가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게 되는 것과는 달리 농업분야는 또 소외됐다는 사실이다. 국회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와 기업 등 경제주체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로 2년간 1조9000억 원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매출 8000만 원 이하 소규모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감면, 간이과세자의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 면제 등이 포함됐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건 매한가지인 농업분야는 이번에도 제외됐다. 농기자재 부담 경감은 농업소득과 직결되는 것임에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부가가치세 환급품목에서 농협이 요청한 6가지가 통과되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김충렬 주무관은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환급품목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기재부에 건의서와 감면을 유지하기 위한 평가서 등을 제출했고, 7월 공고와 9월 국회 제출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6품목 시장규모는 약 746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모두 확대된다면 환급규모는 약 75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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