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SNS에 손편지를 써 준다는 게시글을 올린 적이 있다. 자기한테 손편지를 받고 싶으면 댓글을 달라는 것이다. 많이 심심한가 싶으면서도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은 지가 꽤 오래전 일인 것 같아 나도 댓글을 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친구에게 손편지를 신청했다. 실시간 소통 창구인 SNS에 아날로그 방식의 서신 신청이라니 아이러니했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름다운 손편지 닷컴’이 라는 회사에 다닌다. 그는 고객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편지를 써주는 대필작가다. 미래 사람들은 기업에 의뢰할 정도로 편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겠지만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시대에도 여전히 손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설정이 위안이 됐다.

친구에게 댓글을 달고 며칠간 퇴근 때마다 우편함을 살폈다. 도착한 편지를 보고 친구가 온 것마냥 반가웠다. 서둘러 봉투를 뜯어 읽었다. 편지는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정리해서 전달한다. 글쓴이를 꼭 빼닮은 글씨체는 반가움을 더 해 읽는이로 하여금 진심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 이번 주엔 안부가 궁금한 이에게 직접 편지를 써 보내는 것은 어떨까. 톡하고 보내는 문자에는 담을 수 없는 마음을 부쳐보자. 나도 6개월간 미뤄뒀던 답장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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