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장이 뛴다- 정읍 황토현농협 김재기 조합장

조합원 ⅓이상이 여성… 여성 맞춤형 사업 박차

1894년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고부군수 조병갑을 농민들이 봉기로 몰아내면서 동학농민운동의 발원지가 된 정읍 고부면. 이곳의 황토현농협은 그 진취적인 기운만큼이나 여성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체 조합원 중 여성의 비율이 3분의 1이 넘는 농협인 만큼 여성농업인을 위해 어떤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김재기 조합장에게 들어봤다.

▲ 김재기 황토현농협조합장은 소농이나 여성농업인을 위해 올해부터 파종대행사업을 시작했다. 농촌현장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여성조합원을 위한 사업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한다.

올해 소농과 여성농업인 위한
파종대행사업 첫 시행

- 황토현농협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 농협은 정읍시 고부면, 입암면, 소성면, 영원면 총 4개 면에 지점이 있다. 30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으며 그 중 35%가 여성조합원이고 각 분점에 여성이사가 한 명씩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는 농협인 만큼 작년 취임당시 여성농업인 정책사업이나 복지에 힘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 세 번의 도전 끝에 당선됐다고 들었다. 도전의 원동력은?
조합장 이전에 정읍농민회 회장 등 농민운동을 했다. 조직 밖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안으로 직접 들어와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됐고 조합원들과 농협 사이의 갈등, 간극을 줄이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중앙회 직선제 등 농협 바로서기 운동에도 힘쓰고 싶다.

- 황토현 농협의 여성농업인 정책을 소개해 달라
우리 농협에서는 올해부터 여성농업인과 소농 등을 위해 파종대행사업을 추진했다. 종자를 준비해 소독하고 다시 발아시키는 작업은 많은 부분이 여성농업인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농촌에 육묘장이 너무 적고 점점 고령화돼 못자리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당수 빠져나가 일손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더욱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홍보가 힘들었다. 마을회관에 가도 사람이 없고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사업에 대한 홍보나 소통을 하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올해 많은 수의 농가가 신청하진 않았지만 신청한 농업인들의 반응을 보니 내년에 더욱 그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외에도 농가주부모임을 창립하고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4개 면의 농협이 합쳐진 지 14년이 돼가지만 농가주부모임은 고부면에만 있었다. 따라서 지난해 각 면당 40여 명씩 160명의 인원으로 농가주부모임을 결성했다. 임원구성도 이미 다 끝났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창립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마을 부녀회를 하나로마트 사업과 연계해 활성화 방안을 도모하는 등 여성농업인들의 조직를 활성화해 농협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도록 하겠다.
이러한 조직들이 더욱 활발하게 논의하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공간 마련부터 돼야 한다. 우리 농협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농촌여성들을 위한 장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여성농업인 조직 활성화를 위한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 여성농업인 문화복지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평생 농사일을 해 오고 제2의 인생을 즐겨야 할 60~70대 농촌여성들이 많다. 그러나 필요성만 느낄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데 이들이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농협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성농업인 워크숍을 매년 2회 진행해 인문학 강의, 음악회, 추억의 사진전 등의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추억의 사진전은 여성조합원들의 옛 사진을 모아 옛 기억을 새록새록 추억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인데, 인기투표도 하고 시상도 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
또한 정읍은 국내 유일 백제가요 정읍사의 반주음악인 수제천을 보존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 종사자를 강사로 모시고 수제천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직접 배워보는 등의 일정도 예정돼 있다.

- 농촌여성에게 한마디
농업·농촌 현장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단순한 농업 보조자가 아니라 6차 산업의 핵심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등 농업 경영자로서 역할을 하는 농촌여성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또한 농협 조직과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농협과 여성농업인이 상생하고 동일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협조와 지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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