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정책, 말보다 구체적 실천 중요

농촌 삶의 질 향상에 여성목소리 반영해야

농어촌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그들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의견수렴의 장이 마련됐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내에 양성평등한 농어촌 실현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화하기 위한 ‘농어촌여성정책포럼’이 지난 15일 첫발을 뗀 것이다. 지난해 4월 발족한 농특위에서도 농어촌에서 그 역할과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배려와 젠더 문제를 도외시해왔던 터라 이번 농어촌여성정책포럼에 거는 농어촌 여성들의 기대가 무척 크다.

2020년 세계 성격차지수로 본 한국의 성평등 정도는 153개 국가 중 108위라고 한다. 이중 교육수준과 건강·생존 부분은 성격차가 거의 없지만, 경제적 참여와 기회, 정치세력화 부분에서는 그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농어촌 인구의 과반수이상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주 비율이나 농·수협 임원 수, 지역 농어업 관련 위원회의 여성 참여 등이 매우 저조한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최근 역대 정부나 농정수장들도 인식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녹음된 목소리를 반복하듯 말뿐이었고, 그간 농촌여성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농어촌여성정책포럼 발족식에 이어 진행된 토크쇼에서도 양성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이 그간 겪었던 불평등 사례를 가감 없이 토해냈다. 농업분야에서 여성이 직업적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여성이 농업을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농촌주민들의 인식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토크쇼에 참석한 한 청년여성은 “청년으로서 농업의 비전을 보고 농촌에 진입했는데, 남성주의 의식이 여전해 20년 전으로 회귀한 것 같았다”며 귀농 당시의 황당했던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토크쇼에서는 소비와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여성이 도농교류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현장의 애로에 농림축산식품부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도 공감하며 “농촌에 맞는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과 매뉴얼이 없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성평등 강사단을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농어촌 여성의 삶이 팍팍하고 힘든 것은 성불평등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에서다.
농특위는 내년에 농어촌여성정책포럼을 특별위원회로 격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성평등 확산, 여성농어업인 지위와 직업역량 강화, 삶의 질 향상 등을 주제로 지속적인 논의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농특위가 강제성이 없는 정책건의 기구에 불과한 만큼 포럼에서 수렴된 의견이 얼마만큼 정책으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 법과 제도로서 양성평등한 농어촌을 만들고 농촌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법안 심의·의결을 뒤로 한 채 정쟁에 빠져 식물·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20대 국회. 이제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가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국가정책에서 늘 후순위로 밀려 희생만을 강요당했던 농어업·농어촌, 그중에서도 더 소외돼 왔던 농어촌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와 정부가 되길 농촌여성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것이 우리 농업·농촌의 현재이자 미래주역인 농촌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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