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김종숙 이천시연합회장

ASF·코로나19로 2년 연속 축제 취소로 아쉬움
성실한 남편·든든한 아들과 농사지으며 마음은 행복

▲ 김종숙 회장(사진 오른쪽)과 이윤옥 수석부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한 마스크 제작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축제 취소 너무 아쉬워
“회원들과 준비를 했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돼 너무 아쉽네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이천쌀문화축제가 무산된 데 따른 김종숙 회장의 말이다. 이천쌀문화축제는 매년 10월 개최되는데 이천시연합회는 축제가 열리는 설봉공원에서 최대 2000명이 먹을 수 있는 가마솥에다 쌀밥과 고추장, 겉절이를 버무려 판매했다. 비빔밥을 맛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 시 관계자는 생활개선회가 축제의 중심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종숙 회장은 코로나19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성농업인 단체로서의 본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모가면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출입자들의 발열체크 등으로 본연의 업무에 어려움을 겪자 돕겠다고 자청했다. 김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봉사활동은 다른 단체까지 참여하면서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그리고 농업기술센터 생활과학관에 비치된 재봉틀을 활용해 마스크 제작에도 적극 나섰다. 한국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와 지역 보건소 등에 1000개의 마스크를 전달함으로써 취약계층에 작지만 의미있는 선물이 됐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모가농협의 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한 김 회장은 조합원들 중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고령 조합원들을 위해 무상 보급에 힘을 보태기도 했으며, 소상공인들을 위한 착한 임대료 운동 동참에도 나서자고 의견을 개진했다.
“모두가 어려울 때 조금씩만 힘을 보태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원들도 같은 마음들이라 무슨 일이든 추진하는데 든든하네요.”

가족과 함께라 행복
이천이 고향인 남편을 따라 정착하게 된 김종숙 회장. 지금은 이천에서 쌀농사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농이 됐지만 그 시작은 무일푼이나 마찬가지였다.
“3마지기로 시작했어요. 그땐 100마지기까지 늘렸으면 하는 게 꿈이었어죠. 해마다 땅 늘리는 재미로 살았다고 할까요.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던 아들이 함께 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어요. 물론 농사를 짓다 보니 얼굴은 기미투성이죠. 그래도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니까 농사꾼의 영광스러운 훈장이라고 생각해요.”

농수산대학교 식량작물과를 졸업한 아들은 이제 농사를 주도할 정도로 실력이 성장했다. 거기다 이천시 4-H회장을 맡아 이천의 대표 청년농업인이자 다른 이들의 롤모델로서 주변 칭찬이 자자하다고. 물론 남편과 농사방식이 달라 의견충돌이 있을 때도 있지만 점점 아들 의견을 존중해주고 있어 다행이라는 김 회장. 특히 이채로운 건 김 회장과 농촌지도자이천시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한 남편을 합쳐 가족 모두가 농업인단체 리더로 활동한 점이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김 회장은 뿌듯해했다.
언제나 농사라면 성실하게 일해 온 남편에게 더 고마운 점은 땅을 살 때마다 번갈아 명의를 했다는 것이다.

“한 번은 남편 이름으로 다음은 제 이름으로 명의를 했어요. 제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요즘말로 양성평등이니 공동경영주니 일찍이 실천한 셈이죠. 우스갯소리로 ‘내가 도망가게 안 생겼나 보지’라고 한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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