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의 알기 쉬운 여성농업인 정책(3) 농촌여성들의 협동적 경제활동

‘알기 쉬운 여성농업인정책 이야기’를 총 10회 걸쳐 연재한다. 여성농업인의 법적지위를 시작으로 여성농업인 대표성, 성 평등, 복지 등 다양한 활동에 연계된 여성농업인정책에 대해 농식품부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이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하며 여성농업인의 정책 체감도를 높인다.
▲ 농림축산식품부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
 
여성의 수평적 리더십, 공동체에서 빛난다
농촌에서 사라진 협동의 전통, 삶의 참의미의 복원이 중요

#그 많던 여성농업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 웃음소리가 그쳐버린 농촌마을, 젊은 여성농업인들이 사라지자 마을마다 관행적으로 해왔던 전통행사가 더 이상 일할 사람이 없어서 중단되고, 마을의 당제, 용신제 등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이다.

그 뿐인가? 서로서로 품앗이를 통해서 일손을 교환하던 농사일도 외국인 노동력으로 대체돼가고, 함께 모여 왁자지껄 준비하던 마을잔치들 역시 음식점이 대신하고 있다. 마을부녀회에서 구판장을 통해서 티끌모아 태산을 만들던 마을금고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버려진 땅을 여성들이 공동으로 경작해 마을기금을 만들어 장학금을 주고 동네행사 살림살이를 장만했던 진짜 협동의 흔적들은 어디에도 없다. 1980년 대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으로 시작된 농가부업 사업장도 유명무실해진 곳이 많다. 사라진 것은 여성농업인들 만이 아니다. 농민의 삶이 사라지고, 마을의 일상이 사라지고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지켜온 마을전통이 함께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협동의 전통, 살림의 참의미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여성들이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협동조직 이끌어

농촌여성들의 협동적 경제활동의 역사는 매우 길다. 여성들은 현실적인 삶을 바꾸는 계획과 실천에 익숙해져 있다. 마을관련 사업에 있어서도 여성의 참여가 높은 마을이 상대적으로 소득도 높고,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점을 참고하면 성공하는 협동조직에 여성의 참여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을활동에서 여성들의 경제적 협동 활동의 대부분은 그들의 생산물을 전통적인 재능(손맛), 발효음식 등과 연계해 상품화하는 형태가 지배적이다. 주로 장류사업이 시작됐고, 다음으로 절임배추나 양파, 배즙 등 가공사업을 했다. 어떤 지역은 방앗간을 매개로 쌀과 참기름을 이용해 마을기업으로 성장시킨 곳도 있다.

협동활동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평적 의사결정과 책임성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합의하고, 합의된 실천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경우 본질적으로 삶이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에 맞춰져 있다. 여성들은 심지어 본인이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식사조차도 매일 가족들에게 뭘 먹을 것인지 물어서 의사를 반영한다. 이것이 협동적 조직에서 여성의 수평적 리더십이 빛나는 이유이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으로 결정을 실천하는 책임성이다.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사소한 약속이나 책임도 중요시 여기고 이러한 책임을 이수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협동조직의 활동에 여성들이 단순참여자가 아니라 리더로 참여하여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작지만 함께 만드는 세상을 만드는 여성농업인

협동적 경제활동 조직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마을 내에서 체험마을을 만들고 마을카페를 운영하거나, 마을기업을 만들어 농가맛집, 시골밥상을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마을 내 가공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이제 단순생산자 여성이 아니라 생산, 가공, 판매를 겸하는 6차산업사업자로 성장하고 있다. 평생 자기 땅이 없었던 여성농민들이 2600㎡규모의 땅을 공동으로 구입해 공동경작과 판매를 이루어가는 텃밭 공동체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상주 봉강텃밭, 일감갖기 사업을 통해서 된장 판매 사업을 했던 강진의 신기마을은 지금은 된장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크고 작은 협동적 경제활동은 객체이고 대상이고 단순 참여자로 살아왔던 여성들을 주체이고 주도성을 가진 당당한 경영자로 여성의 삶과 지위를 바로 세운다. 농촌의 소규모 생산을 하는 많은 농가들이 협동적 경제활동으로 전환해 함께 살아가는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협동적 조직활동은 여성의 리더십을 성장시키고, 살림의 참된 의미를 확장시킨다. 살림은 생산자도 살고 소비자도 살고, 땅도 살고 먹거리도 살고, 모두를 살리는 살림의 세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협동적 조직활동은 규모는 작지만 더 큰 내일로 가는 통로이다. 향후 푸드플랜 체계가 확고히 자리 잡고, 로컬푸드가 확대되면 작지만 새로운 생산의 주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확대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함께’라는 힘에 대해서,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이 확장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지혜를 모아서 여성농업인들의 협동적 경제활동을 보다 확장시키는 정책을 키우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 협동적 경제활동의 종류는?

최근 사회적 경제조직 활동에 대한 지원이 증가하면서 여성농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동적 조직에 대한 형태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 협동적 경제활동 조직관련 사업은 타 부처 사업을 포함해서 대표적인 영역으로 다음 5개 영역이 있다.

‣협동조합(광역지자체)은 5인 이상, 출자금, 협동조합 조직을 통한 활동 가능하며 인건비 지원과 사업비 지원은 없지만, 기타 지원이 있다. 영리성을 가진다.

‣(예비)사회적 기업(고용노동부)은 취약계층과 지역 내 필요한 서비스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으로 인건비 지원(일자리 참여자), 홍보, 제품강화 등 사업비 지원이 있다. 영리적 목적이 없다.

‣마을기업(행정안전부)은 마을자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시설비, 공간설비 지원이 가능하다. 평가를 통해 2년 동안 지원한다.

‣사회적 농장(농림축산식품부)은 지역에서 농업을 통한 사회적 서비스 연계하고 취약계층의 생산적 복지 활동 등을 하며 교육 등 활동비 지원, 판매 등 시설비와 홍보비를 지원한다.

‣마을만들기 사업(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체)은 체험마을, 체험농장, 기타 공동체 활동을 지원한다. 시설비, 활동비(마을사무장), 제품개발비 등 사업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협동적 경제활동 조직에 여성의 참여를 확장시키기 위해서 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여성이나 고령 생산자의 참여가 50% 이상인 사업장은 우수사업장 선발 시 우대한다. 향후 다른 협동적 경제활동 사업의 경우도 여성참여에 대한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 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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