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34)

# 코로나 19 ‘팬데믹’의 확산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식량대란’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관계전문가는, “머지않아 식량공급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더 나아가 미국의 한 유력 평가기관은, 식량위기가 올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나라로 한국·중국·일본과 중동국가들을 꼽았다.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98% 이상으로 대부분의 주요 곡물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자급률이 매우 낮은 밀(0.4%)·옥수수(0.8%)·콩(9.9%)의 수입량은, 밀-270만 톤, 옥수수-900만 톤, 콩-130만 톤으로 수입의존도가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높다.
특히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인구 이동이 제한 또는 규제되면서 노동력이 빠르게 감소하자 농산물 생산이 대폭 줄어들어, 올 농사가 마비 상황에 가까운 ‘농산물 그로기(Groggy:피로·타격으로 휘청거리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이미 세계 각국들이 자기나라 국민들의 식탁을 보호하기 위해 농산물 수출 금지에 나섰다.
미국·브라질은 과일·채소 수출을 금지 시켰고, 러시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는 밀·보리·쌀 등 모든 곡물의 수출을 제한 시켰다. 유럽은 딸기·블루베리·아스파라거스를, 세르비아는 밀·설탕·식용유 수출을 중단 시켰다. 또한 베트남과 캄보디아도 쌀 수출을 전면 중단 시켰고, 파키스탄은 자국산 양파 수출을 금지 시켰다. 우리와 외교마찰을 빚고 있는 이웃 일본은 한국산 농산물의 수입 규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자국민 식량안전을 위해 전략식량 비축에 들어갔다.

특히 우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국산 농산물들도 중국내 일부 가공공장의 가동중단으로 한국 유입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미 가격이 30% 이상 껑충 뛰어 우리의 식품·식자재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의 가계 식탁물가도 그만큼 롤러코스터 장세다.

#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 때에는 강제 공출을 통한 일제의 식량 수탈로 인해 외국에서 들여온 조악한 잡곡으로 연명하며 ‘풍년 기근(풍년 임에도 식량이 모자라는 것)’이라는 모순 속에서 엄청난 고생을 겪어내기도 했었다. 주린 배 움켜잡고 초근목피(풀뿌리 나무껍질)로 보리고개를 넘기기도 하면서 식량난국 극복을 위해 전국민 ‘혼식 장려’와 ‘절미 운동’을 벌였던 게 불과 60여년 전의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스러운 예측대로라면, 아마도 가을 추수기가 오기도 전에 ‘식량대란’이 닥칠 지도 모른다. 정부는 정부 대로, 국민들은 국민들 대로 나름의 대응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량이 곧 무기화 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식량대란’은 ‘공적 마스크’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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