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충남 홍성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남당항<사진제공/홍성군청>

대하․새조개․주꾸미 등 해산물 풍부
한용운․김좌진 등 독립운동가의 숨결
그림 같은 정원에서 느껴보는 힐링

홍성은 산과 내륙의 재미에 항구의 재미를 골고루 맛보기에 좋다. 간월호와 천수만과 맞닿아 풍경이 수려하고 해산물 먹거리가 풍성하다. 게다가 만해 한용운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홍성에는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 생가지, 화가인 고암 이응로 생가기념관, 그림이 있는 정원 등이 있어서 일제강점기 시대를 이해하는 역사탐방과 그림을 감상하는 예술 기행으로도 좋다. 광천토굴에서 나오는 각종 젓갈과 광천김은 우리 밥상에서 입맛을 돋우는 단골손님이다.

▲ 만해 한용운 동상

침묵의 계절에 만난 한용운의 침묵
한용운은 1879년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정옥이고 법명이 용운, 법호가 만해(萬海)다. 승려이자 시인, 독립운동가로 활약했다. 어릴 적 고향 서당에서 한학을 배웠고 14세 때 결혼했으나 16세에 집을 떠나 설악산 오세암으로 입산해 승려가 됐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관심이 깊어 시베리아와 만주를 오랫동안 떠돌다 27세에 다시 입산해 설악산 백담사에서 정식으로 득도했다.

그는 수년간 불교서적을 탐독했다.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가 체포됐다. 3년간 복역한 뒤 출소해 민족의식 계몽에 대한 준비를 하고 시집 ‘님의 침묵’을 출판해 저항문학에 앞장서며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어려운 불교를 대중에 쉽게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팔만대장경의 핵심만 뽑아내어 ‘불교 대전’을 간행했고, ‘조선불교 유신론’을 편찬했다. ‘유심’이라는 불교 잡지를 발간해 글로써 민족의식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1944년 65세 나이로 광복을 1년 앞두고 입적했다.

▲ 한용운 시비

홍성에 있는 만해 생가지와 문학체험관과 강원도 인제에 있는 만해마을, 그가 사망하기 전 머물렀던 서울 성북동에 있는 심우장에서 한용운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묘지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있다. 홍성 만해 생가지에 있는 만해 문학 체험관에는 한용운의 시를 비롯한 그의 철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60여 점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의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 입니까(중략)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 입니까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중  ‘알 수 없어요’

 

이 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고 낭송하는 시중의 하나다. 맛깔스러운 시어들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준다. 존재의 근원에 관한 물음과 임을 향한 끝없는 구도의 정신이 감각적으로 다가오고 사물에 대한 심안(心眼)이 느껴진다. 섬세한 언어의 기교를 뛰어넘는 마음의 파동을 준다. 비록 우리들 개개인은 ‘약한 등불’이겠지만 ‘그칠 줄 모르고 타는’ 착한 열정을 끝내 간직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춘분을 전후한 이맘때는 하얀 목련꽃이 등불을 하나둘 내거는 계절이다. 이 시를 감상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한용운 생가를 들러보고 김좌진 생가지를 들러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애국 활동과 일제강점기 시대를 두루 살펴봤다.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을 신호한다. 남당리 포구로 향했다.

수산물 먹거리의 보고 남당항
남당항은 천수만의 대표적인 항구로 각종 수산물의 집산지다. 서해안에는 먹거리가 많지만, 대하, 새조개, 주꾸미는 단연코 남당항이 으뜸이다.
12월~2월에 최고인 새조개는 제철을 넘겼고 주꾸미가 한창이다. 새조개는 살이 통통하고 조갯살 모양이 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쫄깃 담백한 감칠맛과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라 해마다 이곳에선 ‘남당항 새조개 축제’가 열린다. 제철 만난 주꾸미 암놈은 머리에 찹쌀을 한 움큼 이고 있는 것 같다.

야채 육수에 살아 꿈틀대는 주꾸미를 넣고 다리부터 익혀서 먹고 먹물을 품은 머리가 단단해질 때까지 푹 익혀서 먹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찹쌀밥을 먹는 것처럼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가족들을 위해 1㎏을 포장했다. 수족관에 갇힌 주꾸미들이 행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물방울을 꾹꾹 누르며 말없이 편지를 쓰는 것만 같다. 나직한 파도 소리를 그리워하는 듯 뽀글대는 주꾸미를 보는 일이 수상한 시절과 맞물려 안쓰러움을 준다.
남당항에서 이어지는 해안도로인 어사포구와 궁리포구도 한적하고 소박한 멋을 주는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문학관을 찍고 맛 기행을 하고 나면 천천히 걷다가 차 한잔하는 여유를 누리고 싶어진다.

▲ 그림이 있는 정원<사진제공/홍성군청>

이색 수목원 갤러리에서 힐링
마침 근처를 검색해보니 ‘그림이 있는 정원’이 있다. 수목원을 산책하다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 달렸다. 넓은 면적의 산비탈을 이용해 조성한 개인 수목원이다. 각종 수목과 화훼류 1200여 종 등 총 6만여 점으로 조성돼 있다고 한다.
필자가 찾은 날에는 노란 수선화와 보랏빛 크로커스꽃이 환한 얼굴을 쏙쏙 내밀고 있었다. 잘생긴 수종의 나무들과 폭포, 분수 연못들이 어우러져 마치 꽃과 나무의 천국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입장료는 성인 7천 원이다.

드넓은 정원을 거닐다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좋고 카페가 있어서 따끈한 커피 한잔 들고 거닐어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광천토굴 새우젓시장에서 약 1㎞ 떨어진 곳이다. 광천에는 김장철 인기상품인 토굴새우젓과 광천김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됐을 정도로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며 그 영양 가치도 풍부하다. 다음 홍성 나들이엔 오서산이나 용봉산을 오르고 자연휴양림에서 싱그러운 충전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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